최근 젊은 부부들의 불임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토피 피부병 환자 증가 등 농약·중금속, 환경오염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비례해서 좋은 먹을거리를 찾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 또한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남양주에서 세계 유기농대회가 개최되는 것도 건강한 삶을 갈망하는 우리의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양봉산업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경기 북부지역에는 670여 양봉농가가 꿀을 생산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벌이 없어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벌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이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벌의 이유 없는 떼죽음으로 세계가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벌이라는 가축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자연도 보호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곤충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벌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질병, 유통, 사양관리?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이지만 꽃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 중에 80% 이상이 아카시아 꿀이라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5월 한 달이 양봉농가에게는 1년 중 가장 바쁜 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꽃이 피는 시기가 5월 이후인 나무를 많이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 2청은 지난해 4월 29일 국립산림과학원과 경기도 양묘지부, 경기도 양봉협회와 같이 밀원수(蜜源樹)를 심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헛개나무 식재를 추진 중에 있다. 나무는 한 번 심으면 최소 20~30년간 꿀을 얻을 수 있어 후손들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마누카 꿀이라고 해서 비싼 값을 주고 사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꿀이 유명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헛개나무, 밤나무, 싸리나무, 때죽나무, 아카시아나무 꿀의 효능도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나는 신토불이 꿀이 더 좋다. 그런데 아직도 상품화가 덜 돼 있고 대기업이 해외에서 수입한 꿀을 공급해 우리 꿀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 꿀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소비자가 꽤 많다. 잘만 상품화한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양봉농가들의 오랜 주장이다.
경제성으로 따져 봐도 소나무의 20년 뒤 목재 가치와 헛개나무의 매년 꿀, 약용열매 채취 등을 비교하면 밀원수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거기에 꽃과 향이 온 천지를 뒤덮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그것뿐인가. 가로수, 공원에도 밀원수로 가득한 우리 산하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녹색시대, 지구도 살리고 농촌도 구하고 우리의 삶도 풍요롭게 하는 밀원수를 심는 데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은 남부보다 겨울철 기온이 3~5℃가 낮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85.5%를 차지하는 등 개발면에서 열악한 환경이지만 DMZ, 광릉숲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어 친환경, 유기농업과 잘 어울리는 지역이다. 그 중심에 벌산업이 있음을 잘 알기에 경기도 제2청에서는 양봉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며 기업, 민간인도 녹색 밀원수 심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부터 꽃과 벌이 풍요로운 삼천리 금수강산, 친환경적인 우리나라 만들기에 앞장서야겠다. /정상현 경기도 제2청 축정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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