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으로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 더 커져 반복되는 작업·생활패턴… 퇴행성 질환 증가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신비와 미지의 대륙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의료 봉사의 상징인 슈바이처 박사나 노예 사냥 등의 역사적인 매개체가 없어도, 그리고 간혹 TV에서 보는 건기의 척박한 벌판이나 앙상하게 말라버린 아이와 같은 감성적인 매개체가 없어도 ‘아프리카’라는 어휘가 주는 아련한 느낌은 56억 인구를 가진 현생 인류의 조상이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인류학적 사실에 의한 향수일 수도 있겠다.
1974년 에티오피아의 하다르에서 미국과 프랑스 학자들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노래 때문에 ‘루시’라는 이름이 붙은 이 화석은 나중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학명이 정해지는데, 뇌의 용량은 400g으로 침팬지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1m 정도의 키에 원숭이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루시가 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인 직립 보행이 가능했던 첫 영장류이기 때문이다.
대륙이 갈라지고 단층이 솟아 오르는 등, 지구의 환경이 불안정하였던 수백만년 전에 다수의 영장류들은 사멸했으며, 생존한 몇몇의 영장류만이 숲과 평야로 흩어져 생활을 하게 된다. 문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아열대 기후의 숲이 사라지면서 평야라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무리들에게 닥치고 있었다. 식량이 부족해지고,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된 그들은 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을 시작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멀리 보고 자세히 볼 필요가 있기에 네 발로 걷던 그들은 뒷발로 몸을 받치고 머리를 들고 먼 곳을 바라 본다. 이들에게 직립보행은 첫 시도였기에 힘겨웠지만 그래도 참고 전진했다. 이 위대한 광경이 바로 루시로 대변되는 최초의 직립원인(Orrorin Tugenensis, 처음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 영장류)의 모습이다. 직립보행은 그들에게 두 손을 자유롭게 하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다른 포식동물에 비해 열등한 신체를 극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인류학적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직립보행은 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현대인에게 관절염과 척추 디스크 등 많은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다. 이족보행(二足步行)은 생존에 적응하기 위해서 시도된 것이지만, 이것은 생물학적으로는 매우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생존 전략이었다. 척추와 골반이 예전에 겪지 못했던 엄청난 부담을 지탱할 수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생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직립보행 시에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은 네 발로 기는 것보다 3배 이상이다. 게다가 도구를 사용하고 움직이며 척추에 가해지는 굴곡, 신전, 회전 등의 움직임으로 인해 체중보다 훨씬 큰 하중이 관절면에 전달되면서 척추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재촉한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반복되는 작업과 생활패턴으로 인해 척추의 퇴행성 질환이 더욱 빈번해지며, 척추를 포함한 사지 관절의 노화로 인한 질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합병증과 그로 인해 급증하는 치료비용은 건강보험의 재정(財政)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홍재택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