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중기·자영업 출신 많아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하거나 갑론을박하는 일이 왕왕 있다. 그렇지만 다음 두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이론을 제기하거나 토를 다는 사람들이 드물다. 다만 반체제 인사들은 예외로 치자면 그렇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국가인가 공산주의 국가인가를 놓고 볼 때 자본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들이 힘을 발휘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민주주의 국가인가 아니면 파쇼 독재 국가인가라고 물을 때 민주주의 국가라고 답하는 국민들 또한 절대 다수이다. 민주주의를 작동하는 기본정신에는 다수결의 원리가 있다. 쉽게 말해 의사를 수렴하거나 결정하는 데 있어서 숫자 많은 쪽이 이기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을 바탕에 두고 기능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영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이 영역과 연관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있어서 국가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가장 핵심적인 계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자본가들인 중소기업과 자영업 경영자들은 풀뿌리 자본주의를 지탱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국민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한다는 민주주의 명제를 놓고 볼 때 이들은 마땅히 사회적 주도권을 쥐고 이 나라의 명실상부한 주인 대접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독일이 오래전부터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여 오늘날처럼 국가를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으며 이웃 일본도 그런 과정을 밟아 왔다.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경영인들이 안정된 생활기반을 갖추도록 경제·사회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구축했다는 점이고 우리는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중소기업인들과 자영업 사장들은 대기업에 치이고 거대 노동운동 세력의 목소리에 숨죽이며, 공무원들의 부릅뜬 눈에 움찔하며, ‘아랫 것들’ 취급을 당하며 살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 중 늘 ‘을’의 처지에서 서러움 당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힘 있는 사람들은 말로는 선진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주겠다고 호언하지만 정작 그들이 무리를 지어 구축한 우리 사회 기득권의 철옹성에는 관료 출신, 대기업 CEO 출신, 법조계, 386 운동권 출신 그리고 노동 시민운동 출신들이 둥지를 틀고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여당도 야당도 다 똑같고 마찬가지다. 단지 그들이 청팀 소속이냐 백팀 소속이냐만이 다를 뿐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과거의 열정과 순수함 그리고 진정성은 집안 장롱 속에 처박아 놓고 어느 사이엔가 한통속이 되어버렸다.

 

속사정이 이러할진데 우리 국민들이 그들에게서 무슨 희망을 찾아볼 수 있겠으며 그 무슨 큰 기대를 해볼 수 있겠는가.

 

세상은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데 사람이 바뀌어야 내용도 바뀌는 법이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가 출신, 자영업 사장들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다수 진출하여 ‘우리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초석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으로 믿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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