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 사안에 대해 엇갈린 유·무죄 판결은 실체적 진실의 관점 차이다. 전주지법 형사단독 김균태 판사가 지난 1월19일 시국선언 관련의 전교조 전북지부 간부에 무죄를 선고한지 보름만인 지난 4일 인천지법 형사단독 권성수 판사가 역시 시국선언 관련의 전교조 인천지부 간부에게 벌금 100만원 등 유죄를 선고한 것이 이러하다.
국가공무원법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의 공소 사실에 대한 이의 쟁점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정치적 행위 및 집단행위인지 여부다. 이에 대한 무죄 이유는 국가공무원법상 특정 정당의 지지나 반대가 아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에 불과하며, 집회 부문은 공익에 반한 목적을 위해 직무에 전념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이에 반해 유죄 이유는 국가공무원법상 교육과 무관한 시국상황이나 국정 운영 관련의 의사 표현은 정치적 행위이며,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친 행위는 집단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요지다.
주목되는 것은 무죄의 이유가 시국선언 교사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만 보았을 뿐, 교사로서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 신분을 간과한 사실이다. 아울러 학생 수업을 소홀히 해가며 소속 단체인 전교조 활동에 행동을 같이 한 사실을 직무 소홀히 아니라며, 면책 사유로 본 것은 심증의 흠결이다. 무죄의 논리대로라면 판·검사나 군인들이 정치적 견해를 밝혀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제재치 못하고, 집단행동 또한 면책되는 무법천지를 초래한다. 이점에서 교사는 판단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잖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 유죄판결의 논거가 사회적 상규로 보아 설득력을 갖는다.
대법원도 2006년 대통령 탄핵반대 시국선언문을 돌린 전교조 간부들에게 ‘명백한 정치적 행위로 공익에 반하는 집단행동’이라며 유죄를 확정한 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중학교 교사의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 금지는 정치적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초·중·고 교사의 직무상 마땅하다’며 기각했다.
직분과 신분에 따른 역할이 다른 것이 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덕목인 자유 또한 직분이나 신분의 역할을 존중할 때 발달한다. 분별없는 자유는 방종이며 무책임한 방종은 자유민주주의의 공적이다.
시국선언 교사의 유무죄 1심 판결은 양쪽 모두 항소됐다. 항소심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의 상고심까지 갈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간과한 오류가 바로 잡힐 것으로 믿는다. 미확정 판결을 이유로 전교조 활동의 정치적 방종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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