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투자는 나눔이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언론사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단체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곤 한다. 그리고 방송이나 신문지상에는 김장 담궈주기, 연탄기부와 같은 훈훈한 기사들이 꼬리를 물고 소개된다.

 

모름지기 21세기는 나눔·기부와 같은 사회봉사가 세상까지 바꾸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바꿔 말하면 사회봉사활동 없이 이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각 대학에서는 입학 전형시 응시자의 봉사활동을 합격의 주요 기준치로 삼는가 하면,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봉사활동을 많이 한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특별전형을 일반화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중앙언론사에 근무하던 20~30년전만해도 각종 모금활동을 벌이게 되면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인사들로 인해 실무자들이 몸살을 앓곤 했다.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 또는 큰 종교단체가 성금을 내고 신문지상에 조금이라도 더 얼굴과 이름을 올리려고 떼를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수해나 대형참사 현장에서 약삭빠른 일부 인사는 TV방송기자가 어느 지역에서 취재활동을 할 것인가를 미리 알아보고 그곳에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 웃지 못할 봉사활동을 하는 이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눔의 문화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관심은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이들은 ‘나눔’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것만을 생각하는데 그 나눔에는 자신의 재능이 될 수도 있고, 육체적인 노동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재능을 나눈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자신의 직업과 특기를 조금씩만 나누면 된다. 가령 자신의 직업이 운동선수나 음악인이라면 주변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운동이나 음악을 가르치거나, 의사나 법조인이라면 의료봉사나 법률자문을 해 주면 그것이 사회봉사인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나눔과 기부는 성공의 핵심요소이다. 최근 홍콩의 브랜드경영 아시아센터(ACBM)에서 조사한 ‘소비자 가치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는 기업군의 브랜드 신뢰도, 선호도, 충성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브랜드 신뢰도 차이는 7점 만점 기준에 무려 1점 이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막대한 광고마케팅 비용을 쏟아붓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론이다. 일정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전한 기업 이미지가 얼마가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 기업들이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어느덧 경제규모 세계 15위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고 특히 올해 G20정상회의를 우리나라가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수십년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수백억원씩이나 지원을 받아왔던 우리가 이제는 한 해 3백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지위가 크게 격상됐다.

 

외형상 그렇다고 해서 정작 우리가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치와 도덕, 그리고 시민의식, 문화수준, 기초질서 등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진사회를 가름하는 또 다른 척도인 나눔과 봉사의 문화에 대해선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한번 내서 기부든 나눔이든 한 번 시도해보자. 그러면 그 이후부터는 훨씬 자연스럽고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진석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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