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정신 존중돼야

13년을 유예해 온 우리나라 법안이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1997년에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단위사업장에까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다만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는 지급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노-사간 노-노간 기업간 다양한 입장차이로 시행되지 못하고 계속 시행을 연기해 왔다. 그리고 얼마전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간 합의를 도출해 냈다.

 

물론 이 합의는 노동계도 경영계도 모두 최선의 카드는 아니었다. 경영계 역시 최초 원안대로 법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고 일단 시행하며 고칠 것이 있으면 법을 고쳐나갈 것을 주장했지만, 협상이라는 것이 어느 한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정 반대의 입장에 있는 상대방과 입장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기에 아쉽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협상이란 상황과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략적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협상이 그랬다.

 

법대로 시행되기를 바라던 경영계는 현 정부와 정책연대를 형성해 온 여당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연대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킨 노동계의 협상전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원안대로 법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는 전략도 고려해 보았으나 그것이 오히려 경영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여 경영계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 상황은 한나라당 대표실을 노동계가 점거농성하며 총파업을 준비하고, 여당 또한 정책연대 파기를 부담스러워하여 노동계의 요구를 중심으로 법안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산업안전, 고충처리 등 노사공동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적합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근로시간을 면제하는(time-off) 정도에서 합의문을 도출해 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당 법안은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를 노조전임자 근로 면제 범위에 추가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과 다름 아닌 형태로 만들고 있으며 이에 대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영계의 우려가 매우 높은 현실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여야간사 및 노사정대표가 참석하는 8인 연석회의 등 여러 가지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당장 다음주인 1월1일부터 산업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영계는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한다.

 

아직 우리 경제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더불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에 노사정 모두가 매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이상의 논란과 갈등을 끝내고 어렵게 이룩한 노사정 합의가 원안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노력해야 하며, 하루빨리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을 법제화하여 기업의 혼란을 최소화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법 제정의 취지였던 ‘노사관계 선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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