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은 담보없이 소액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가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마이크로크레딧 전담은행인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아프리카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저신용자들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 사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임에도 출범과정에서 몇몇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먼저, 대출금리가 5%대로 지나치게 낮다.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대출의 대명사인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도 연 20%의 이자율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상환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이는 미소금융에서 저금리가 사업성공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 5%대의 금리로는 연체율 등을 감안할 경우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구조이며, 아울러 미소금융의 싼 금리로 대출 받아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부채를 갚는 등 모럴해저드도 발생시킬 수 있다. 둘째, 무엇보다 평소 서민지원에 관심이 없던 단체와 인물들이 사업을 주도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소금융 본래의 취지가 변질될 우려도 배제하기 힘들다. 셋째, 각 지점 담당자의 재원 횡령, 뇌물, 유령대출, 부적절 대상자의 대출 제공 등으로 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다. 넷째, 재단운영이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돼 있어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소금융은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전문성과 열정, 헌신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끝으로, 서민이나 소상공인에게 직접대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미소금융 본질에 부합되는 것이냐이다.
그럼, 과연 미소금융이 미소 짖는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미소금융이용주체의 조직형태는 협동조합형태이어야 한다. 세계적 사례를 볼 때 미소금융의 성공요소는 민간의 자율적 참여와 함께 운영자의 전문적이고 투명한 업무처리가 중요하며, 실제로 마이크로크레딧에서 세계적으로 90%가 넘는 상환율을 보이고 있는 원천은 민간자율이라는데 있다. 이런 점에서 자율, 참여, 나눔의 민간자율조직으로 가장 부합되는 조직형태는 민주적 참여와 협동을 가치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다음, 대출대상 및 방식은 개인에 대한 직접지원방식이 아닌 협동조합형태로 조직화된 사회적 기업이나 자활기업 혹은 자영업자조합 및 소상공인조합 등을 통한 간접지원방식이어야 한다. 사실 신용평가가 좋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개별적 직접대출은 제도권 내 다른 금융지원정책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미소금융지원은 한정된 재원의 관점에서 중복지원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나 그 방식은 조직화된 주체를 통한 간접지원방식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에 대한 개별적인 직접지원은 앞서 지적한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사업의 지속성을 어렵게 할 것이며,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소금융이 성공하려면 유럽식의 사회적 협동조합형태로 접근하여 미소금융재단의 사업운영방향을 새롭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직접대출 대상은 사회적 기업이나 자활단체 등으로 한정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경우는 조직화된 협동조합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고객의 접점은 다양한 마이크로크레딧 기구나 조직화된 금융조합들이 담당케 하며, 미소금융재단은 이들 기구나 조합에 대한 자금지원, 컨설팅, 교육훈련 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을 주문해 본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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