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고사를 끝낸 고3 학생들이 홀가분한 기분에 취해 탈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목사님이 일요일 예배에 참석시키도록 독려하여 많은 학생들이 예배에 참석했다. 수능고사를 못 치룬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하여 설교 중에 “공부를 잘하지 못한 학생에게도 박수를 쳐 줍시다”하고 김병삼 목사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교회당의 오른편에 자리한 청소년들이 박수를 힘차게 쳤다. 교회의 본당 좌석이 넘쳐 별관에 자리를 하고 스크린으로 목사님의 설교를 시청하던 고3 학생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 그 박수소리가 본당까지 들렸다.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에 이렇게 공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하니 신도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교인들의 웃음은 공감의 표시였을 것이다.
수능고사를 치룬 학생 중에 3%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들이지만 97%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한 범주에 속하여 갈등을 빚으며 불행해 하는 학생이다. 97%라는 다수 학생의 불행을 감소시켜 주는 것은 현재로서는 학생의 기를 살려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목사님이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기를 살려 준다는 것은 학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신명나게 만들어 자기가 하는 일에 발전을 가져오게 만드는 리더십의 발현이다. 그러나 기를 살려 주는 것만으로는 수험생의 아픔을 일순간 진정시켜 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미봉책을 넘어서서 다수의 수험생이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그것은 곧 지식 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국제무한경쟁 시대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월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능고사처럼 전과목을 주로 객관식 형태를 빌어 시험을 치르게 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지식 정보 사회에는 맞지 않는 평가방법이다. 중앙교육행정기관에서 대학입시를 독점적으로 집행하면서 행정의 편의와 객관성 유지에 급급하여 시험을 하루에 치르게 하고 객관식 문제를 주로 출제하다보니 서술형의 주관식 평가방법은 배제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입시생은 암기식·기계적 계산, 족집게식 공부 등 답 맞추는 기술에 함몰되어 얄팍한 학력향상에 치중하다보니 시대가 요구하는 특성화나 창의성 함양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자기만의 소질을 가지고 있다. 그 소질을 개발하여 특성화하면 그 분야의 천재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여자 골프선수 신지애양이 LPGA 골프대회에서 1등을 했다. 받은 상금도 크겠지만 영어로 인터뷰한 내용이 좋아서 극찬을 받고 있다. 신지애양을 수능고사를 치뤄서 대학에 가라고 했다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의 범주에 속해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270 여 가지의 상품 개발도, 6천400억불이 넘는 무역고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창의성 있는 인재들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수월성 교육이 수능고사 상위 3%에 속한 전과목 우수자를 기르는 것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97%에 속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소질과 창의성을 개발해 우수 인재로 육성하는 수월성 교육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특성화와 창의성을 함양한 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진학의 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입시제도의 개선으로 다수의 수험생이 행복을 느끼고, 나아가 질 높은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원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