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은 종합예술이다

최근들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프로토콜’이란 용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외빈을 영접할 때 행하는 국가의 의전행사라는 말인데 뜬금없이 이 용어가 회자되는 것은 얼마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일본 방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본 국왕에게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혀 인사한 것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단지 외교적 의례(protocol)를 지켰던 것”이라고 해명하자, 미국 언론은 ‘프로토콜’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부를 향해 “그게 프로토콜이 맞느냐”고 따지면서부터 프로토콜이란 용어가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가간, 개인간 의전(프로토콜)은 자존심이 걸려있는 민감한 사안인만큼 신중하고 세심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얼마전의 일이다. 대학 학장으로 재직중인 지인 한분이 모 단체가 주최한 시상식에 특별상 시상을 위해 먼거리도 마다않고 참석한 적이 있다. 그날따라 지역 유지분들이 대거 이 시상식에 참석해서 그런지 행사관계자 누구도 이 분에 대해 시상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는 커녕 식장의 자리조차 안내해주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손님으로 참석한 필자가 이 분을 식장까지 안내하고 행사 관계자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더욱 당황스러운 점은 많은 분들을 초대해 놓고도 내빈소개 20분, 기념사와 축사 30분, 이렇듯 지루한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시상식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상장과 수상자가 뒤바뀌는 바람에 시상하러 나온 분을 단상에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게 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날 수준 이하의 시상식으로 인해 수상자나 시상자, 그리고 축하객 모두가 ‘상처뿐인 영광’으로 오랫동안 씁쓸한 맛을 되뇌일 것이다.

 

이렇듯 프로토콜이란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참석자 모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물론 참석자들을 주눅들게 할 정도의 지나친 격식은 삼가야 되겠지만 최소한의 자연스런 프로토콜은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행사를 자주 접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행사의 프로토콜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의전(儀典)이라면 누구보다 ‘최고’로 인정하는 외교통상부 전문의전팀마저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공식행사에서 지켜야 할 일련의 규범인 ‘세계와의 소통, 국가의전 이야기’를 발간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의전은 종합예술의 극치인 영화에 곧잘 비유되곤 한다. 대본이 나오고 주연배우가 결정되고 조명, 카메라, 소품, 편집 등의 요소가 어우러져야 영화 한 편이 제작되듯 행사의 주인공과 대본에 해당하는 일정 계획서, 차량, 숙소, 연회 등의 요소들이 제대로 갖춰져야 비로소 하나의 행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지어 열리게 된다. 손님을 초대하면 주인이 나와 인사를 하는 게 우리네 정서이고 보면 작은 행사일지라도 초대된 손님들이 짜증나지 않게 세심한 준비와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올 연말에는 감동과 배려가 있는 행사장에 초대받고 싶다.

/한진석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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