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0대 기업군에 속한다는 어느 회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얼마 전 필자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었다. “우리 회사는 가능성이 5%만 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합니다. 이 세상에 100% 확률이란 없습니다.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필사적으로 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이 회사는 초창기에 한강변에 초라하게 천막을 치고 건빵을 제조하여 팔다가 건설경기가 한창 붐을 이루던 시기에 건축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회사 창업자가 그때 과감하게 도전을 하지 않고 건빵공장에만 안주하였더라면 오늘날의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에서는 결코 내 몫이 없다’는 정신으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템에서 미래의 성공을 발굴해나가고 있다.
도전정신은 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정신적인 근간이다. 이 점에서 현실안주야말로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큰 적이요, 우리 경제를 정체시키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언론을 통해서 ‘회사에 돈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히 투자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고민을 대기업 간부나 경제전문가들로부터 듣는다.
나는 이들의 말을 접하면서 우리 경제 미래의 암담함을 느낀다. 돈 많은 부자들의 어리광으로 들리며 관료들보다 더욱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진 연봉 수억, 수십억짜리 월급쟁이 ‘기업관료’들의 나태한 정신에 답답하다.
이들 못지않게 나태한 집단이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금융기관들이다. 대주주가 외국계인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1천억 원의 돈이 있으면 자금 사정이 안정된 대기업에 돈 가져다 쓰라고 권유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안정된 투자처 한 군데에 1천억원을 몰아주면 관리하기도 편리하다. 돈 떼이는 사고 위험성도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란 살아있는 생물체라서 그 회사가 언제 위기에 봉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돈을 한 곳에 몰아주다가 그 회사가 무너지면 공적자금이란 명목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었던 경험을 우리는 이제 일상적인 일로 겪고 있다.
게다가 돈이 한 군데로 집중되다보니 우리 경제 전체의 자금흐름에 심각한 왜곡과 경색현상이 발생하여 내수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금융기관이란 기본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분배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가령 1천억 원의 자금을 1억원씩 1천 군데의 중소기업 자영업에 공급하여 그 5%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영역에 잠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다본다면 이들 가운데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성장엔진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란 그 속성상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겪기 마련이다. 그 기업의 생성과 번영기에는 늘 도전정신이 충만하여 있는 반면에 쇠퇴와 소멸 시기에는 현실안주와 기득권 세력들이 득세하는 것을 우리들은 경험으로써 보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되고 미래에 대한 사업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안정 위주의 보수적 경영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자칫 침체와 쇠퇴의 내부 요소를 잉태시키는 위험한 전략일 수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도전해야 밝은 내일을 담보해 낼 수가 있다. 그래서 5%의 가능성을 놓고 도전하여 500%의 결실을 거두는 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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