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 주 목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서명절차를 밟는다. 우리나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서명하게 되며, 협정 내용이 일반에 전면공개된다. 가서명 전에 협정문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EU측이 가서명 전까지 비공개를 강력요청하였다는 후문이다.
독일, 영국 등과 같이 산업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구동구권 체제전환국은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와의 FTA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컸기에 내부 입장 조율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외비를 유지하고자 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반발을 지지쪽으로 돌리기 위해 대통령의 국빈방문과 정상급 특사를 파견하게 되었다.
EU, 세계최대 거대 단일시장
가서명은 협정문의 확정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와 EU 집행위는 번역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협정문 번역 후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이행하게 될 것이다.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거대 단일시장이며,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다.
15일 협정문이 공개되면 구체적 내용에 대한 각계의 정밀분석 작업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특히 시장개방결과에 대한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통적으로 EU가 농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쌀, 보리 등 다수 기초농산물은 관세양허에서 제외된 반면, 유럽에서 생산량이 많은 돼지고기, 오렌지, 감자, 대두 등은 포함됐다.
농업분야에서 가장 민감한 사항은 EU로부터의 수입량이 많은 돼지고기였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럽산 냉동삼겹살 수입액은 3억달러에 육박하였다. 농업계의 우려를 고려하여 우리나라는 냉동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대신, 와인의 경우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15% 현행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스카치위스키는 3년 내 20% 현행 관세를 철폐시키기로 함으로써 유럽측 이해관계를 반영시켜 주었다.
반면, 대부분의 제조업계는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 전 품목에 대해 EU는 5년 내에, 한국은 7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게 되며, EU의 경우 품목 수 기준 약 99%가 ‘조기철폐(3년 내)’ 대상이다. 한미 FTA에서 미국의 조기철폐(3년 내) 비율이 91.4%이었음을 고려하면 EU의 관세철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서 EU는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 협정 이행시 많은 기업들은 대유럽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계 상당한 이익 기대
EU와의 FTA 가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EU, 인도와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FTA 후진국이었으나 이제는 ‘외형상’ FTA 선도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FTA 이행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많다. 현재 국회 비준대기 상태인 한미 FTA와 한-인도 FTA를 조기에 비준시키고, EU와의 협정 공식서명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아일랜드의 리스본조약 국민투표 가결로 조만간에 EU 외교통상대표가 선임되면 FTA를 포함한 통상협정 처리가 현재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EU내에서는 우리나라와의 FTA를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경제효과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하더라도 이를 지나치게 홍보함으로써 상대국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협정문 공개이후 분명 반FTA 단체들은 협정의 ‘흠’을 부각시키려 하겠지만, 정부당국은 한미 FTA에서와 같은 ‘물량 공세적’ 대국민 홍보보다는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선에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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