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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대중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삶의 스타일과 사고방식, 즉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부여하는 주요한 소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는 장애인의 삶에 활력과 행복감을 부여하여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역동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정체성을 확고하게 하여 사회와 완전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장애인들은 여가선용과 레저 활동의 일환으로 대중문화에 맹목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정체성을 가지고 대중문화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다. 이것은 ‘장애인을 위한, 아니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는 정말 가능한가?’하는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장애인들이 대중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도의 사회적 위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위상, 경제적인 여건 등 사회주류층과 대등하거나 동등한 위치가 보장되어야 장애인들이 대중문화의 한 중심이 될 수 있다. 윌리엄스가 지적하듯 문화는 인간이 넉넉한 경제적 토대위에 능동적 실천과정으로 만들어가는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희소성과 독특한 가치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장애’ 자체를 문화적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위상확보는 장애인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사회통합 및 장애인복지를 위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하며, 이를 실제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민사회 전반의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실천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대중문화는 이러한 토대 위에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장애인 특유의 정체성을 함유한 새로운 문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대중문화의 한 주체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장애인들은 사람들이 체험적으로 공유하는 가치체계와 감정구조의 확대를 통해 대중문화에 역동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원에서 제 10회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예술제가 열렸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예술제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네팔, 중국 등 12개 나라, 14개 도시에서 온 많은 장애인들이 참가하였는데, 대회기간 동안 장애인들은 원초적인 생명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투박한 몸짓과 진솔한 표현으로 자신들의 예술적인 가능성을 거침없이 표출하였다. 이것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장애인 대중문화도 이제는 세계화의 한 흐름을 주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의 지나친 낙관일까? 낙관을 긍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점점 높아져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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