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사법이 있다. “안색이 안 좋다”든지, “어디가 불편하느냐”고 묻는 인사말이다. 딴엔 걱정해 준다지만 듣는 당사자는 기분이 좋을리 없다. 하물며 아픈데도, 불편한 데도 없는 사람에게 그같이 묻는 인사말은 정말 고약하다.
듣건데, 김용서 수원시장이 이런 처지에 있는 것 같다. 아니, 아프긴 했다. 지난 5월27일 아주대 병원에서 그가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목디스크 인줄 알았다가 림프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림프는 흔히 말하는 임파선이다. 세균의 침입을 막고 체표를 보호한다. 림프종은 염증에 의한 것과 종양에 의한 것이 있다. 종양은 또 낫기 쉬운 근종 등 양성(良性)이 있고, 낫지 않는 육종 등 악성(惡性)이 있다. 의학사전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김 시장의 수술이 별게 아닌 종양을 떼어냈다는 것은 가벼운 양성 종양의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걸로 들린다. 아무튼 그는 퇴원 이튿날 업무에 복귀했다. 그런데 지역사회에 고약한 말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 뒤다. ‘시장이 암에 걸렸다’ ‘3개월도 못 넘긴다’ ‘내년 선거에 못 나온다’는 등 온갖 루머가 퍼졌다. 이에 시달리다 못해 심지어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까지 나도는 것에 대해선 허위사실 유포 혐의의 경찰수사를 의뢰했다니, 심적 고통이 여간 아닌 짐작이 간다.
참으로 듣기 거북한 것은 ‘수원시장은 다 암으로 죽는다’며 고인이 된 심재덕 전 시장까지 끌어다 대는 악성 루머다. 물론 고인은 암으로 아깝게 타계했지만 그같은 폭언은 망발이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고인의 유족은 살던 집 ‘해우재’를 시에 기부하여 수원시는 화장실문화 개선에 앞장섰던 유지를 기려 화장실문화전시관 겸 시민공원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시장의 건강문젤 둘러싸고 입방아 찍는 호사가들 거의가 내년 6·2 지방선거 관련 족속이라는 사실이다. 그중엔 시장과 멀지않는 사람들도 적잖다. “우리가 그런게 아니예요. 저쪽에서 지네들끼리 더 야단인걸요. 굉장해요!” 어느 민주당 시의원의 말이다. 김 시장이 또 나올지 여부는 관심도 없어 알 바가 아니다. 생각되는 것은 지역사회 인심이 이래서 되겠느냐는 것이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7년, 그러니까 이태 전 1월 초순께다. 선거법위반 혐의로 서울에서 가진 항소심 선거 공판을 앞두었을 때다. 혐의가 한 가지도 아니고 세 가지니까 모두 합치면 자격 상실의 무거운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김 시장을 보는 인심이 일시에 달라졌다. 그러나 그 세가지 혐의가 돈을 뿌리거나 남을 거짓말로 비방하거나 하는 것 등은 아니어서, 결국 시장직 유지의 판결이 나왔다. 한데, 판결 전후에 또 다시 달라진 염량세태가 실로 가관이었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열매맺는 꽃이다. 축제다. 그런데 축제가 돼야 할 지방선거가 지역사회 분열의 악재가 되고 있다. 이런저런 배신과 회유속에 ‘사분오열’의 작당으로 갈갈이 찢긴다. 눈치놀음이 성행한다. 물론 일반 시민은 말이 없다. 행세깨나 한다는 선거족의 행태가 이렇다. 김 시장을 어려운 환자로 만드는 루머 만발의 발원지가 바로 이런 족속인 데에 문제가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고사가 있다. 한두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지 않아도, 세 사람이 말하면 믿는다는 것이다. 루머의 성격이 이렇긴해도 나타나지 않은 호랑이를 열 사람이 말한다 해도 역시 없는 것은 없다. 잘은 몰라도, 문제의 와병설 또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수요회(水曜會)란 단체가 있다. 수원 지역사회 각계의 모임이다. 얼마전 이 모임에서 본인은 “어떻든 내가 아파서 여러 말이 나오게 됐다”며 “아파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의 말속엔 루머에 한(恨)이 맺혀 보였다”는 것은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수원시는 수원천을 화성이며 행궁과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의 생태공원 조성을 청계천 방식으로 추진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빗물을 이용하는 빗물도시 조성도 한다. 차량소통을 위한 도로 개설을 지속한다. ‘거리의 시장’인 당자는 오늘도 거리 현장을 평소처럼 바삐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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