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산업활동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에 입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업의 입지(location)는 경제활동이나 경제적 요인 이외의 요인도 작용한다. 그러나 주된 요인은 역시 경제적 요인이다.
개성공단의 출발점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 사이에 이뤄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합의이다. 같은 해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개성경제지구 및 관광사업 합의서’를 발표했고, 2003년 6월부터 공사를 착공하였다.
즉 개성공단은 ‘경제적 요인’ 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의하여, ‘북한 지역에 위치한 남한 공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더구나 북한 지역내에 위치하다보니,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서 체류인원 추가 및 축소, 통행 일시 차단, 공단 폐쇄라는 다양한 압박 수단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남한은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하고, 토지사용료 문제와 임금문제를 들고 나왔다. 북한이 2014년부터 지불하도록 10년간 유예해 놓은 토지사용료 지불유예기간을 내년부터 없애고, 북한 근로자의 임금상승도 요구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에 의하여 탄생한 곳이므로, 해법도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를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경제적으로는 이득인 반면 정치적으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개성공단의 경제적 수혜자는 남한 보다는 북한이고, 폐쇄될 경우 보다 손해를 보는 쪽도 북한이다.
경제적인 이득을 살펴보자. 남한측에서 볼때 우선 인건비가 저렴하고, 언어적 장벽이 없으며, 개성공단 생산품은 국내 생산품으로 취급되어 무관세이며, 2014년까지 토지사용료도 유예된다. 북한측에서 볼때 개성공단에서 임금을 통하여 연간 벌어들이는 3천300만달러는 북한 전체 예산 추정치인 34억달러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정치적인 부담을 살펴보자. 남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더라도 경제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한내부의 찬반여론 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과 남북화해의 상징의 소멸로 인한 이미지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 상황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대비해 남한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사전 정치 작업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이 때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으로 인한 북한주민의 의식변화와 체제동요를 두려워한다. 특히 군부는 개성공단을 위해 군사 요충지까지 내준 반면, 개성공단을 당이 주도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폐쇄로 인한 보다 큰 손해당사자는 북한임을 인식시키면서, 원칙에 따른 협상을 진행하여야 한다. 즉 북한의 요구조건과 동시에 입주기업의 요구조건이 논의되고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토지사용료 유예기간 변경과 북한 근로자 임금 현실화 등은 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정치 논리로만 풀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입주 기업들이 요구하는 신변 안전, 통행, 인력 수급 문제 등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 북측이 먼저 동의함으로써 기업 환경 개선이 먼저 이루어지고 난 후에, 임금 인상을 할 때 5% 내에서만 인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법’과 같은 규정에 따라, 입주기업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기업 활동이 보장되고, 환경 개선이 수반되고, 기업경쟁력이 유지되어야 하며, 동시에 이번과 같은 상황의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고, 두 번 다시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