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 계속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감하는 것 중 하나는 참으로 험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이 이번만은 아니었을텐데, 경제한파와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까지 하다.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보기는 힘들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문제들의 근원이 사회적인 소외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소외됐다는 것은 사람들 간의 신뢰가 없어졌다는 것이며, 사람들 간의 정(情)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따뜻한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은 어느 덧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무조건 의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방의 진심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발생한다.
이쯤에서 사람이 본래 성품이 악한 존재인지, 아니면 선한 존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이 본래 선한 존재라면 사람들을 악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문제가 원인일 것이고, 본래 악한 존재라면 이를 계몽시킬 교육의 부재가 문제일 것이다.
어떤 측면이건 간에 잘못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잘못된 인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 방식 중에서도 인간의 선한 본성을 되살릴 수 있는 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졌던 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가족 간에서 배우는 교육의 근본이 신뢰와 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제도권의 교육을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70년대만 해도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 사회적인 교육을 대체해 주던 것이 어머니의 가르침이었으며, 몸으로 배우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인성은 사회적 구성원이 된 후는 물론이고 일생 동안의 삶을 결정하기도 했다.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가름침을 꼽으라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든가,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알아야 한다든가 하는 기본적인 상식이 가정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짧지 않은 내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부모들은 학교 등 제도권의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간 마주 보고 대화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으며 가정에서 담당하던 교육의 역할은 이미 소멸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인면수심의 범죄들이 가정교육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정을 근간으로 이뤄지는 교육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선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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