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09년을 가늠하는 희망의 사자성어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꼽았다. 논어의 구절로 군자들의 사귐은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만 그렇다고 의리를 굽혀서까지 모든 견해에 ‘같게 되기’를 구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것과 반대로 소인들의 사귐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해, 이해가 같다면 의리를 굽혀서 까지 ‘같게 되기’를 구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는 못하다고 한 것이다. 올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는커녕, 이리 저리로 몰려다니며, 소인배들처럼 세력 다툼이나 하고 있는 우리의 국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구절이라 하겠다.
2009년의 정책은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주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도록 기회를 주는 일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2009년도 벌써 두 번째 달이 되었고 이달에는 또 어김없이 많은 대학생들이 대부분 마지막이 될 졸업식을 갖고 취업전선에 나서야 한다. 취업시장의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경제가 가라앉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올해에는 특히 더 암울하다.
분명 우리의 경제는 십 수 년 전에 비해 그 규모가 크게 커졌고, 직업시장 역시 훨씬 다양해지고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지만 대학 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묘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그런데 극심한 취업난이 반드시 어려운 경제 상황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한탄하듯이 어린 학생들을 십수년 간 달달 볶아 한 줄로 줄을 세워놓고, 대학도 이런 저런 기준으로 순서대로 줄을 세워 끼워 맞추는 것이 현재의 교육체계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해 보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절반도 되지 않을 뿐더러, 설사 스스로 선택한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지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잘하고 잘할 수 있는가를 발견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알 수도 없는 가운데 취업준비는 빨라야 3학년이고 늦으면 4학년이 돼서야 시작하게 된다. 게다가 기업은 뽑아서 당장 현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다 보니, 각종 자격증, 인증 시스템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이를 맞추려 학생들은 일정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외국어 능력을 포함한 인증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어학연수를 하거나 자격을 맞추기 위해 졸업을 늦추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역시, 지식과 교양의 근본을 가르쳐야 하는 원래의 목표와는 달리, 어학원,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각종 인증서를 남발하는 취업 준비 학원으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온 사회가, 오랜 된 논어의 가르침에서 우려했던 바대로 소인배가 되어 동이불화(同而不和)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모든 힘을 다해서 따라 하기, ‘같게 되기’를 추구하다 보니, 개인은 물론, 대학도 사회도 본래의 자신을 잃고 눈앞의 이해에 급급하다가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위기일수록 한 템포 늦추고, 멀리 앞을 내다보아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라는 보호막을 벗어나 이제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에 맨손으로 맞서야 하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졸업생 2박 3일 오리엔테이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본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그들에게 이제부터 자신의 삶을 자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와 아무리 힘들어도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만은 지켜나가기를, 그리고 그래도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할지를 이제 선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회선배로서 밤새워 이야기하는 기회가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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