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Globalization)란 세계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이는 본래 1980년대 이후 경제영역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후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세계화를 통해서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각 영역에서의 규범과 패턴이 전세계적으로 퍼져 갔다. 이러한 세계화는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테면 한국이나 ASEAN,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가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세계화가 초래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서 ‘위기(Crisis)의 세계화’를 들 수 있다. 오늘날 한 나라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는 다른 나라로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향력 있는 나라에서 발생한 위기의 확산 속도는 더욱 빠르다. 1990년대를 통해 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등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이를 방증하였으며,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의 선진국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위기 극복책에는 ‘녹색뉴딜’이라는 공통의 성격이 담겨 있다. ‘녹색’은 21세기를 통해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중의 하나인 환경·에너지 문제에 각국이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뉴딜’은 1930년대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대규모 경기부양과 제도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늘날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녹색뉴딜 정책을 통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제도개혁과 미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두 마리 또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영국은 2005년에 이미 저탄소 녹색경제를 국가발전 전략으로 채택하였고 최근 일자리 10만개를 목표로 학교재건, 병원건설, 철도건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그린뉴딜사업을 발표하였다. 일본은 환경 비즈니스 시장을 2015년까지 100조엔 규모로 키우고 동 분야의 고용인력을 22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신정부도 향후 10년 동안 청정에너지개발에 1천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새해 벽두에 녹색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과 청정에너지 보급 등의 사업에 향후 4년간 50조원을 들여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자리의 질, 일회성 토목사업 등의 이유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실물경제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고용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안 없는 비판보다 우선은 차분히 정책 집행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녹색뉴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고 또한 내일의 위기를 예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오늘날 세계경제는 주요 국가의 위기가 타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위기의 세계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자체적인 노력과 동시에 G20과 같은 국제협력 틀 속에서 많은 나라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인천경실련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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