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새해라는 말에는 늘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새해에 많은 결심을 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 결심 중 하나가 ‘올해는 반드시 금연할거야’가 아닐까 싶다. 아마 흡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심은 매번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금연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굳은 의지로 시작했지만 삼일쯤 지나면 온통 담배 생각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금연이야’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며칠 못 핀 담배를 한꺼번에 피우며 ‘역시 이 맛이야!’를 외친다. 금연은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금연에 실패한 사람은 과연 자신이 의지가 모자란 사람인지 생각하며 괜한 죄책감마저 갖는다. 그러나 금연은 의지만으로 하기에는 너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몇 십 년 동안의 습관을 단 며칠 만에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흡연자가 후두암 진단을 받고 후두부 절개수술을 받은 후에도 다시 흡연하는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담배의 중독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금연을 단지 의지 문제로만 보면 너무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치료할 때 영양교육, 운동교육, 약물치료 등 여러 치료를 병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먹는 것과 운동하는 습관을 바꾸기는 무척 어렵고 그냥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생활 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다.
그나마 고혈압, 당뇨와 같은 병들은 약을 제대로 복용만하면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약 복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금연을 위해 약을 복용하는 것을 자신이 의지가 없는 사람임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흡연은 수많은 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흡연 습관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 만약 흡연 습관을 의지로 바꾸기 힘들다면 단기간 약물을 복용해서라도 금연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담배마저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나’하는 생각은 이제 접어두고, 단순하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몇 십 년 묵은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하며 이를 위해 얼마간은 약을 먹겠노라고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흡연을 100% 치료하는 약은 없지만 몇 가지 약물은 흡연하고 싶은 충동이나 니코틴에 대한 중독성을 호전시킨다. 실제로 자기 의지로만 금연을 했을 때 성공률은 5% 미만이지만 니코틴 패취를 이용하면 20%, 금연보조 약물을 복용한 때에는 30%까지 성공률이 올라간다. 최근에 소개되는 약은 종래 사용하던 약물과는 다른 작용으로 금연 성공률을 높여 30% 이상의 금연 성공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 과용이나 지나친 약제의 병합, 비전문가의 약제 투여 등의 문제만 없으면 이 방법을 통해 길고 긴 흡연의 터널에서 반드시 빠져 나올 수 있다. 최근에 비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비만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비만이 생활습관이 유발하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어느 정도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고치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생활습관은 바꾸기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금연 역시 마찬가지다. 확실한 치료제는 없지만 단기간의 약물 사용은 금연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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