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비명이다. 어렵다는 소리 뿐이다. 사람사는 곳 어디를 둘러봐도 다 똑같은 소리다. 경제지표가 엉망이다. 실질국민총소득(GNI)만 해도 올 3분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국내총생산 증가율(GDP)은 3분기 3.8%에서 4분기엔 2%대로 주저앉는다.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대로, 그럭저럭 사는 사람은 그럭저럭 사는대로,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대로 어려운 세상이다. 문제는 못사는 사람들이다. 억지로 산다. 죽지못해 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경제사회의 태반이다. ‘내년 상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말이다. 상반기 뿐이겠는가, 내년 한해동안 내내 더 어려울 것이다.
믿고 기댈 데도 없다. 정부는 소리만 요란하지, 한다는 게 뭐 하나 피부에 와닿는 것이 없다. 국회는 나쁜 사람들의 집단이다. 비싼 세비를 받아먹어 배가 불러서인 지 민생은 안중에 없다. 기세 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한다. 미국의 오바마는 단 1분도 아깝다고 했다.
소위 민중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은 사기꾼 같은 사람들이다. 무산계급을 팔아 유산계급에 오른 작자들이 민중운동 지도자들이다. 민중은 집 한 칸 없이 못먹고 못살아도 민중운동가들은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산다. 실생활을 민중과 함께하는 민중운동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위선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못사는 사람들도 좀 잘 살아야겠다. 남들처럼 사람답게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기 위해서 잘 살기는 커녕 당장 하루 하루가 절박한 현실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 수년동안 넘겨야 된다. 힘은 들어도 우선 살고봐야 잘 살 날이 있지 않겠는가, 보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렵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된다.
몸이 아프면 비명이 나오고 못살아 심신이 고단하면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긴해도 한탄이나 비명이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캄캄한 어둠속의 절벽이지만 우리들 스스로의 힘으로 광명의 길을 뚫어야 한다. 입버릇처럼 ‘죽겠다’고만 하면 살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죽겠다’는 소린 이젠 그만 두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자, 그리하여 없는 힘이지만 그럴수록 힘을 내야된다. 우리는 못살아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살다보면 노력의 효험이 서광처럼 비칠 날이 있기 마련이다.
절망은 곧 무망이다. 절망적일 때 절망을 거부하고 희망, 즉 꿈을 갖는 것은 이 또한 못살아도 영혼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설령 잘 살아도 꿈이 없는 사람은 불쌍한 육체에 불과하다. 못살아도 꿈을 갖는 사람은 축복이 기약된 영혼의 삶이다. ‘안 된다’는 생각은 털어버리자, ‘안 된다’고 여기면 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안 되는 것도 되는 것이 인간사의 섭리다.
생계가 어려우면 집안에 분란이 많은 것은 피할 수 없는 노출현상이다. 하지만 참자, 참아야만 된다. 아내가 남편을 구박하고 남편이 아내를 탓하고, 자식들이 부모를 원망하고 부모가 자식들을 나무라는 것을 일삼아선 가정이 아니다. 해가 저물어 밤이되면 누구든 발길을 돌려 찾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을 가정답게 꾸리기 위해서는 못살아도 서로가 이해해야 된다. 살다보면 남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하물며 혈육지간인 가족끼리 참으면 이해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참고 참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장작불은 땔감을 모아야 내뿜는 불길이 화력을 더 한다. 땔감이 흩어진 장작불은 화력은 커녕 불길이 사그라든다. 가족들이 힘을 모아 화력을 살리는 것이 잘 살든 못 살든 건강한 가정이다. 가정은 국가사회의 기초적 단위체다. 병든 가정이 많으면 사회도 병들고, 건강한 가정이 많으면 사회도 건강하다.
경제가 심히 어려워 생활이 더 어렵다 보니 말로는 하기 좋은 온갖 경제논리가 다 쏟아진다. 그러나 그같은 유식한 말들이 피와 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로는 뭔들 못하겠는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쟁명과 같다. 쓸데있는 말도 있지만 쓸데없는 말들이 더 많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말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것 보다 더 요긴한 것은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무척 허약하다. 마뜩치 않는 것이 참 많다. 그래도 우리의 정부다. 비판할 땐 비판하더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맡겨두자, 그리고 노력 하자, 집안의 가장된 책임에 힘쓰자, 가족된 노릇에 최선을 다 하자, 경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경기가 좋아도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어차피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
비명을 탄성으로 만드는 것도, 나쁜 경제지표를 좋게 만드는 것도,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것도 사람의 힘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우리들도 한 번 보란듯이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힘을 내자.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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