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公正貿易, fair trade)이란 국가 상호 간에 무역이익이 동등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무역을 말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가난한 나라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공정무역이다. 이와 관련된 캠페인은 부자나라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바꿈으로써 빈곤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에서 이미 5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공정무역은 사탕수수나 커피 등을 재배하는 농민이나 그것을 가공하는 노동자에게 주로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을 직접 지급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생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하여 수입이 안정되면 그들은 자녀들의 교육에 힘쓸 수 있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빈곤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선진국으로부터의 원조나 구호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저개발국의 빈곤문제를 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냄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가 공정무역인 것이다.
한편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공정무역은 무역의 자유와 신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서 상술한 공정무역과는 반대로 주로 선진국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인 미국에서 요즘 정권교체를 앞두고 이러한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행정부의 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무역 분야의 ‘공정무역을 위한 투쟁(Fight for Fair Trade)’ 항목에서 “외국과의 무역은 미국경제를 강화시키고 더 많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어떤 협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인들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외국 시장을 개방하는 무역정책을 위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상대국들에게 ‘강인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압력을 가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 그 상대국들로서는 미국이 상당한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한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자동차 무역불균형을 강력하게 지적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우선적인 상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가 공정무역을 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재정과 무역에 있어 큰 폭의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며 심각한 불황을 겪었던 1980년대 미국은 통상법 301조와 같은 제재조치를 이용하며 일본에 대해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비관세장벽 철폐와 수입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일 무역마찰과 이에 따른 일본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늘어만 갔고 미국 자동차는 일본에서 거의 팔리지 못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상대국보다 미국 자신의 저축이나 투자와 같은 거시경제 요인과 연관되어 있었으며, 또한 미국 자동차가 품질이나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자유무역을 신봉해 온 미국은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해 왔지만 동시에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기축통화국과 같은 혜택도 누려 왔다. 그러한 미국이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일방적인 시장개방 압력을 가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그것은 결코 ‘공정한’ 일이 아니다. 또한 미국이 자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외국과의 무역관계에서 찾는다면 이는 심각한 무역마찰을 야기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