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밥차 타고 출동합니다”

쉬는날이면 복지시설·재난현장 찾아태안기름유출 최우수봉사상 영예도

“밥차 한번 타보세요. 사랑이 넘칩니다”

근무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밥차에 올라 사건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이 있어 경찰의 날의 맞아 잔잔한 화제다.

수원서부경찰서 통합형사3팀 박종락 경사(45)가 주인공.

지난해 3월 밥차를 갖고 봉사활동을 벌이는 후배의 권유로 ‘사랑의 밥차’를 몰게 된 박 경사는 알록달록 예쁘게 치장한 밥차를 몰고 복지시설은 물론 각종 재난현장 등 ‘배고픈 사람이 많겠다’ 싶은 곳엔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러나 밥차라고 해서 그냥 밥만 해 나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스오븐과 냉장고, 조리대, 급수대, 식기류 등으로 중무장하고 최대 500인분의 식사를 ‘뚝딱’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이동식당이다.

박 경사와 사랑의 밥차 진가가 발휘된 것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태안기름유출 사고 현장.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수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해안가의 시커먼 원유를 걷어낼 때 박 경사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과 고기국을 만들었다.

추운 날씨로 돌처럼 굳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사랑의 밥차는 언 몸을 녹여주는 ‘난로’와 같앗다.

당시 쉬는 날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태안군으로 향했던 박 경사에게 감동한 주민들은 그에게 태안기름유출 최우수봉사상의 영예를 전달하며 그동안의 고생에 감사를 표시했다.

이밖에 박 경사는 동료·후배 경찰 6명과 함께 지난 3월 사랑의 밥차를 몰고 절단지체장애인협회 장애우들과 함께 희망원정대 대장으로 히말라야 나야칸카봉을 등반했으며 지난 9월 추석연휴에도 서부경찰서 따사모(따듯한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을 밥차에 태워 관할지역인 오목천동 장애인보호시설을 방문, 두툼한 돈까스를 만들기도 했다.

박 경사는 “담배도 끊었는데 밥차 봉사는 못 끊겠더라”며 “경찰이 사건해결은 안하고 밥만하러 다닌다고 서장님한테 혼날까봐 걱정”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학성기자 h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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