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인근 주유소 폐기름 원인” 주장… 市 조사나서
“코를 찌르는 역겨운 기름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껍고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픕니다”
20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샘내마을에서 만난 이왕구씨(53)는 1천320㎡ 규모의 대형 방죽(일명 큰우물)에 형성된 검은 기름띠와 화성시가 기름을 걷기 위해 응급조치한 흡착포를 가리키면서 망연자실했다.
마을 논·밭에 농업용수를 대주며 마을의 상징으로 불리던 큰 우물이 흉물스런 ‘기름방죽’으로 변했기때문.
두달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커먼 기름띠가 형성되더니 이젠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메스꺼운 기름냄새를 풍기며 마을의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이씨는 생활용수를 위해 방죽 아래에 설치한 지하수에서도 기름이 섞여 나와 지하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와 주민들은 지난달 중순께 시청과 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고 시가 이씨가 설치한 지하수에 대해 수질검사를 한 결과, 벤젠이 기준치를 15배나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큰 우물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여m 떨어진 A주유소에서 흘러나온 폐기름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 7일 방죽에 형성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흡착포 100여장을 살포하는 한편 기름이 인근 주유소에서 흘러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주유소 및 방죽 인근의 이씨 소유 토지 등에 대해 토양오염 조사를 벌였다.
주민 이모씨는 “큰 우물은 수십년 전부터 마을의 상징일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농업용수까지 대준 특별한 우물인데 당장 내년부터 논에 물을 어떻게 댈지 걱정”이라며 “하루빨리 원인 규명과 함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주유소 관계자는 “시의 조사결과에서 주유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기름을 걷어내기 위해 흡착포를 이용해 기름 방제작업을 벌이는 한편, 원인 규명을 위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토양검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원인 규명이 되는데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이종철·노수정기자 j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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