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주인은 누구?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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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우리의 시야에서 생사를 거듭한다. 연일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수면에 잠시 가라앉아 전혀 문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도록 누군가에 의해 또는 어떤 집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덮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 사회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발굴하고 치료하려고 애쓰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은 일단 언론, 시민사회단체, 국회, 정당 학계 등이라는 데 이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정부, 기업의 활동은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열심히 조명하여 감시하고 비판하고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으며 또 이들 간에도 서로 감시하고 때로는 협력하여 사회문제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문제를 밝혀내 사회문제라 하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이를 잠재우려는 시도가 항상 어디에선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어떤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을 달리해서 뉴스비중을 크게 하거나 또는 취급조차 안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언론기관도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그런데 최근 더욱 자괴감을 갖게 하는 것은 몇몇 시민사회단체가 신문 방송의 도마에 올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자발적 단체들도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생활인으로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 단체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들까지 온전히 단체를 업으로 삼아 생존을 유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정부와 정치가들이 연루된 사회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단체들이 정부나 정치가들의 돈과 권력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가 되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하는 자생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정부가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준 것은 최근 시작된 형태는 물론 아니다. 1948년 이승만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유총연맹을 등을 비롯해서 박정희 정권 때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등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위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단체에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주기 시작했고 그 후의 정권에서는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했다고 보이는 단체나 또는 입을 다물게 하고 싶은 단체에 보조금으로 주는 형태로 길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1980년대 자생적으로 출발한 단체들조차, 2000년 김대중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고, 여기에 편승해서 기업까지도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연대, 환경연합 등의 시민단체에 줄지어 돈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시민사회단체들이 받는 돈이 연간 수천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단체가 정부 또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설사 시작은 위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도 아래에 뿌리를 내리는 노력이 미약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며, 밑으로부터 생긴 단체 역시 탄탄히 뿌리내리기도 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비판의 핵심에는 시민이 시민단체의 주인이 아니라는데 있다. 자원봉사자 수나 기부금 문화 수준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정치나 권력이나 재벌에 손가락질 하기에 앞서 시민이 시민단체의 주인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우리들의 의식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무책임하게 주인되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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