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2018년까지 주택 5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9·19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주장대로 ‘수도권의 주택 수급 불균형 해소와 서민 주거안정’을 이루기를 바라지만,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첫째,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난개발의 문제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10일에는 “계획이 없다” 11일에는 “검토 중” 이라던 정부가 19일에는 ‘9·19 주택공급 정책’을 내놓았다. 지방을 차지하고 우선 서울·수도권에 10년간 300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려면 매년 판교급 신도시를 15개씩 지어야 한다. 향후 10년간 분당신도시의 5배가 넘는 1천㎢의 수도권 그린벨트의 훼손이 불가피 하다. 따라서 환경파괴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해제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둘째, 자금조달에 대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120조원에 달하는 재정확보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책은 효율성에 기초하여야 한다. 그동안 많은 정책들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정책을 추진하다 실패하고 난뒤 정치인들은 숨어버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어 왔다.
셋째, ‘주택공급 계획이 과연 수요와 공급에 기초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선 현재 25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문제해결에 역행하고 있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수요가 없는 곳에 지은 결과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9·19 주택공급 정책’을 보면, 이 역시 합리적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입지와 규모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가격안정과 선진국주거수준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목표를 산정한 뒤 무리한 공급량을 계획하고 있다.
넷째, 정책의 일관성도 문제이다. ‘과연 신뢰할만한 정책인가’ 하는 문제이다. 35개에 달하는 기존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다 서울에 7~8개를 포함하여 수도권에 25개의 신규 뉴타운을 지정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서울시는 추가 뉴타운은 없다고 한다. 또 이는 ‘선지방발전 후수도권규제완화’, ‘선공기업이전 후혁신도시발전’으로 대표되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던 이명박정부의 ‘지역발전정책’과도 명백히 모순된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하여 이명박정부도 핑계는 있을 수 있다. 취임초기 국회는 개점휴업상태였고, 수출은 호조인데도 불구하고 내수가 이에 뒤따라 주지 않았다. 뒤이어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의 경제는 과거의 재정, 통화 정책만으로 살릴 수는 없다. 특히 합리적 시장분석이 없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고용과 부대효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단순하고도 시대착오적이다. 또 이는 ‘녹색성장동력 확보’라는 바로 전의 이명박정부 정책과도 모순된다.
흔히 이명박대통령을 성공한 CEO라고 한다. 그러나 그 시대는 지금과는 패러다임(paradigm)이 다른 구시대였다. 말은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유익하다. Caesar가 말했듯이 지도자는 “보고 싶은 현실만 보아서는 안 되며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과 시장에 귀를 기울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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