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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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제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성근제 (연세대학교 강사)¶¶지난 6일 토요일 저녁 국내의 한 유명 포털의 메인화면에는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해당 포털은 ‘이제 단일민족 국가 아니다’ 정도의 제목을 뽑아 제법 눈에 잘 띄도록 배치해 놓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앞에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이름이 발언자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필자가 느낀 당혹스러움과 어딘지 모를 불편함 그리고 그로 인한 궁금증은 어쩌면 제목을 뽑은 편집 기자가 기대했던 바로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기사를 클릭해 전문을 읽어 보니, 경기도와 안산시가 준비한 ‘모범 외국인 근로자 가족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몽골, 태국 등 14개국에서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외국인 가족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영부인이 한 발언을 전하고 있는 기사였다. 기사는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았으니 (한국은)그에 맞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이제 한국도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라는 영부인의 발언들을 특별한 논평 없이 전하고 있었다.

이 발언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은 원래부터 단일민족 국가였다’거나 ‘다민족국가와 다문화사회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과 설왕설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는 이 자리에서는 잠시 접어 두기로 하겠다. 왜냐하면 필자가 느낌 당혹과 불편은 이런 개념에 대한 이해나 어휘 선택에 있어서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어떻게 이야기하든 간에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더 우호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는 분명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긍정적 가치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긍정성’이 필자가 느낀 당혹과 불편함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데에 있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그러한 발언이 영부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당혹스럽고 불편했던 것인데, 그것은 김윤옥 여사라는 청와대 안주인의 이름 뒤로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가 아른거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종적 소수자들에게 친화적인 개방적 다문화사회 건설이라는 과제가 우리 사회(정부를 포함하여)에서 아직 거의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부인의 발언은 어차피 (현실적으로는)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밖에 없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구호에 앞세워질 리 없는 것이라는 점에는 췌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전제로 주어졌을 경우, ‘다문화 사회 건설’이라는 구호는 그 핵심적 내용이 거세된 정치적 미사여구 이상이 될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 사회 농업과 공업의 최하층에 배치되어 있는 약소국 출신 노동자들을 향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다문화 사회의 건설이라는 것은 필수적으로 문화집단 사이의 사회적, 경제적 평등(핵심적으로 임금 체계에 있어서의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비즈니스’에 대단히 ‘넌프렌들리’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단히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시아판 ‘신(新)산업역군’들을 향한 영부인의 파격적(?)인 선언이 그야말로 힘없는 자들을 향한 얄팍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영부인, 아니 청와대는 그들이 한국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근본 원인에 해당하는 심각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다과회나 기도회 외에 어떤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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