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스를 아세요?

임진모 칼럼니스트·대중음악평론가
기자페이지

두 시간 가량의 공연, 그것도 한 가수의 공연이 만약 영화로 만들어지면 흥행이 될까.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반전과 같은 흥미가 없는 콘서트가 아무리 화려한 카메라워크로 담아봤자 변화무쌍함에 젖은 세대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연 DVD로 나온다면 몰라도 극장용 영화로는 무리다. 그런데도 록밴드 롤링 스톤스의 공연이 영화로 만들어져 국내에도 개봉된다.

상영관이 적어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영화에 쏠린 일부 팬들의 관심은 만만치 않았다. 감독의 존재가 컸다. 다름 아닌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작가주의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였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만들었다는 점으로, 즉 감독과 배우(?)의 이름으로 시선을 끈 것이다. 두 대가가 엮어낸 영화 ‘샤인 어 라이트’는 덕분에 올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롤링 스톤스는 전성기인 1960년대에 비틀스와 경쟁한 막강한 밴드였지만 상큼하고 날씬한 멜로디의 비틀스 음악과 견주었을 때 끈적끈적하고 약간은 지저분한 탓에 대중적 인기로는 비틀스에 밀렸다. 늘 2등 신세였다. 하지만 음악역사에서는 비틀스만큼, 때로 그들 이상의 환대를 받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영원한 수식은 ‘사상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다.

비틀스 해산 후 당연히 그들은 1등자리에 올랐고 그 뒤로 레드 제플린, 유투 등 무수한 후대의 빅 밴드들이 나타났지만 아직도 그들을 추월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롤링 스톤스가 보여주는 록의 강렬한 에너지는 그룹의 두 리더인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가 1943년생으로 올 예순 여섯의 노인임을 감안할 때 믿기가 어렵다. 마틴 스콜세지감독은 자신처럼 환갑을 넘긴 올드맨들의 무대가 뿜어내는 활화산 같은 열기에 끌렸다.

1969년 공연을 본 뒤 롤링 스톤스의 광팬이 됐다는 그가 이후 취한 코드는 그 ‘열정’이었다. 음악영화라고 하면 흔히 아티스트의 일대기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아니면 뮤지컬 영화를 가리킨다. 그는 시선을 달리 해 콘서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접근법을 취했다. 공연을 제대로 보여주면 거기에서 일상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이다.

관객들은 노래하는 믹 재거가 군살 하나 없는, 정말이지 목 아래부터는 영락없는 20대 청춘의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동갑인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가 그려내는 무대 동선과 숨길 수 없는 반항기 역시 혀를 차게 한다. 우울하거나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든다. 그 역동성에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행여 나이 먹는 게 두려운 기성세대라면 영화 제목대로 한 줄기 빛이 비춰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노린 게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악기의 솔로연주가 부각되는 순간마다 정확히 카메라를 들이대고 공연 음향도 탁월하다. 내한공연 섭외 1순위긴 하지만 롤링 스톤스가 한국에 오지 않는 한 그들의 공연을 볼 수는 없다. 이런 팬들의 소망을 ‘샤인 어 라이트’가 실현시켜준다. 음악계가 침체에 허우적거리는 현실에서 모처럼 음악이 소재가 아닌 주제로 호령하는 영화를 본다. 영화관 아닌 공연장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솔직히 후미진 좌석에서 콘서트를 보느니 차라리 이 영화를 보는 게 더 효율적인 ‘공연관람’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