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조계종 평양방문, 조선불교도연맹과 합의 조선왕실의궤 일본에 조속반환 요청서 제출키로
남북 불교계가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 빼앗긴 우리 민족 문화재 반환을 위한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합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는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공동대표 김원웅 전 국회의원), 문화재 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스님) 등과 함께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해외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서에는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한 유감과 그들이 약탈해간 민족 문화재들의 조속한 반환을 위해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더욱 굳게 연대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과 함께 ‘조선왕실의궤의 남북공동 반환 요청서’를 일본에 제출하는 등 6개 사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왕실의궤는 왕실의식의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문서로 1922년 조선총독부가 명성황후 국장도감의례 등 72점을 일본으로 가져가 현재 일본 궁내청 왕실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양측은 우선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해 일본 궁내청에 공식 문서를 전달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이번 합의서 체결에 앞서 신도회는 ▲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 ▲일본 국립박물관 도쿄대학 소장 평안남도 대동군 출토 낙랑유물 ▲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개성 화장사 폐엽경 ▲야마구치 현립대학 소장 데라우찌 문고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 938권 등 한일협정 후 새롭게 문제제기 되는 문화재의 자세한 목록과 관계자료를 전달, 향후 문화재 반환청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반환청구권을 포기해 반환요구를 할 수 없으며, 북한은 2002년 북일수교에서 ‘식민지 시기에 약탈한 문화재의 반환을 양국이 성실히 협력한다’는 평양선언에 따라 일본에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북한 개성시 개풍군 화장사 유물인 ‘부처님 사리’에 대해서는 북미 관계를 고려, 남측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반환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범 신도회 기획실장은 “7월말 금강산 총기사고, 베이징 올림픽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어수선한 국내외 분위기 속에서도 합의서가 체결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북한 지역 사찰의 보존과 문화재 관리 등을 통해 교류와 협력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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