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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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사태에 이어 독도문제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사이에 우리 경제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안팎으로 희망적인 뉴스보다는 우울한 뉴스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불안정하지만 그나마 유가가 약간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희망적인 뉴스의 전부인 것 같다.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국민들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과거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더 취약해졌다는 분석은 결국 한 정권의 잘못만은 아니고, 계속되는 실수와 실패를 과감하게 개선해오지 못한 것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우리 경제의 제일 큰 문제는 대외경쟁력의 취약성을 꼽을 수 있겠다. 원인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제조업들 중에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를 보자. 국내에서 후판을 이용해 배를 만드는 업체는 80여 곳에 달한다. 새로 도크를 파고 있는 신생 조선소만도 줄잡아 10여 곳이라고 하니 잘 된다 싶으면 뛰어들기부터 하는 과거의 모습들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건조에서 핵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현재에 만족하는 모습인 것 같다.

자원을 무기로 삼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극에 달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보듯이 원자재를 끌어다 가공하여 세계시장에 내 놓고 경제력을 약진시키고 있는 주변국들을 보며, 우리 제조업의 한계와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이 한국을 GDP 기준으로 세계 13위까지 끌어올리는데 선두 역할을 했다. 이미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은 과거 한국 제조업이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인력으로 자원부족이라는 원초적인 한계를 극복했으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 하에서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 성장 패러다임을 전면 재점검할 시기라고 충고해 왔다. 굳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들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충분히 느끼고 알고 있는 문제이고 선진국들의 경우에서도 제조업의 굴곡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력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이미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제조업에 대한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 균형발전, 부동산 가격안정, 금융허브, 서비스산업 육성, 감세 등이 정책의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과연 제조업이 설 자리는 어디이고 앞으로 어떻게 제조업을 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해 방향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 규모는 일부 산업으로 국민 전체가 먹고 살 수가 없다. 제조업의 빈자리를 서비스업의 육성으로 메우려고 하지만, 과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까. 제조업들 중에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마치 사양산업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하다못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라도 나와야 할 것이다. 인건비 등의 문제로 중국으로 진출했던 업체들이 얼마 되지 않아서 한계에 봉착하여 일본기업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고 우리 기업들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제 3국을 헤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을 국민소득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모든 부분에서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고 있고 그 속에서 성장동력을 찾아가고 있는 나라들이 선진국이다.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은 어디에서나 나오는 말이다.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견제가 필요하다. 산업간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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