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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총통께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일본에게 얼마의 배상금을 청구할 예정입니까?
총통 : 낫씽(nothing). 아무 것도 없습니다.
기자 : 아니 낫씽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중국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클뿐만 아니라 이번 전쟁으로 총통의 친척들 중에서도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상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니요.
총통 : 지금 일본은 전쟁에서 패해 말 못 할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여기에다가 배상금까지 물으라 할 것 같으면 일본은 어쩌면 회복이 아주 불가능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먼 친척 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속담이 있다. 향후 중·일 양국 후손들은 서로 손잡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저(일본인)들을 용서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왜 이를 마다 해야 합니까.(이하 생략)
위의 인용된 글은 영문 월간지 가이드 포스트지 1976년 1월호에 실린 ‘위대한 용서’(원명 the greatest act of forgiveness)라는 제목의 한 필리핀 기자가 전후 배상금 문제와 관련해 과거 대만의 장졔스(蔣介石) 총통과 가졌던 인터뷰 내용들을 회고 형식으로 쓴 기사의 일부이다. 필자는 무엇이 그(장제스)로 하여금 그런 전쟁의 피해로 인한 감정을 잠재우고 중·일 양국의 후대를 위해 취하기 어려운 조치를 취하게 했는지 그저 놀랄 따름이다.
최근 후쿠다 일본 총리의 독도 영유권 관련 발언은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과거 일본이 한국국민에게 그리고 중국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또다시 떠오르게 한다. 지난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학생 역사 교과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는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실려 있다.
필자가 지금 일본 국민에게 고(告)함이라는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 일본이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국가들에게 입혔던 침략주의적 만행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향후 일본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후쿠다 총리의 독도 관련 발언은 한일 관계의 악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에 금이 가게 하는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독도가 누구의 땅인지는 이미 자료와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되었다고 판단한다. 장 총통이 말한 ‘먼 친척 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은 단지 중국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며, 그들의 후손들을 위하여 일본을 용서하고 서로 손잡고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과거 일본에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던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다 총리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필자는 한·중·일 3국간의 관계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공동 번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후쿠다 총리의 발언에 과연 일본 국민 모두의 생각은 어떤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침략주의적 일본의 도발이 끝내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이라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했던 과거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바르게 인식하고 있다면, 인류의 역사가 선(善)이 악(惡)을 이기고 불의가 정의를 이기지 못한다고 믿는 평범한 세계인들의 판단에 동의 한다면, 일본 국민들은 일련의 일본 극우세력이 중심이 된 독도 영유권 관련 발언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지 아주 자명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일본이 침략주의적 도발을 감행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하는, 한편으론 한국을 비롯한 이웃 모든 나라들과 함께 손잡고 살아갈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전적으로 이번 후쿠다 총리의 독도 관련 발언을 일본의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똑바로 고(告)하고저 하는 것이다. /김태웅 前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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