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구대 경찰관이 바라보는 한여름 밤거리는 술취한 사람들의 세상이다. 낮에는 점잖았던 시민들이 저마다 밤무대만 되면 거치른 취객이 돼 무슨 일을 저질러 보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면 경찰관으로서 내심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술에 관대한 우리 음주문화 탓이 크다. 무대 1막이 깨끗한 술자리 회식이라면 2막은 끈적끈적한 거리에서 시작된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소란스럽고 너저분한 여름밤이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술 문화의 현주소다.
위태롭게 비틀거리며 도로를 거니는 사람, 길가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자는 이들, 노상방뇨와 시큼한 오물을 토하는 사람, 고성과 욕설로 폭력을 주고받는 사람, 고래고래 노래 부르거나 횡설수설하는 사람들…. 이들로 인해 지친 하루를 보낸 시민들의 달콤한 휴식과 단잠이 여지없이 무너지곤 한다.
이 때문에 민생치안의 최일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찰관들은 술로 인해 야기되는 갖가지 사건을 처리하다가 정작 경찰력이 필요한 곳엔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취객 대다수가 도움을 주려는 경찰관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를 써가며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부지기수다. 순찰차를 걷어차는 행위, 순찰차의 주행방해를 일삼는 취객들이 경찰의 발목을 붙잡으며 순찰 공백을 부추기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이 모든 것이 잘못 전해 내려온, 술에 관한한 너무나 이해심이 많은 우리 음주문화의 결과다. 이들로부터 공권력의 상징인 제복 입은 경찰관의 권위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술에 취해 잘못을 저지른 행위가 정상 참작 되거나 너그럽게 넘어가는 시민정서가 변화돼야 한다. 올바른 주도와 잘못된 음주에 대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장영재 안양경찰서 교통민원실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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