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임진왜란, 한·일합병에 이어 세 번째 기도하는 국토 침탈 행위다. 그런데 후쿠다 정부의 침탈 기도는 과거의 독도 분쟁에 비해 특이하다. 역사적으로 보아 앞에선 미소 지으며, 뒤통수를 친 것이 임진왜란이며 한·일합병의 침탈 수법이었다. 후쿠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G8회의 때 가진 한·일 두 정상회담은 세 번째 만남이다. 후쿠다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한·일간의 신시대를 말하면서 경제교류는 물론이고 대북 공조 등을 제안했고, 대통령 역시 두 나라간의 실용주의 외교를 말하며 친근감 표시로 화답했다.
그러나 후쿠다 총리는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명기로 이 대통령의 뒤통수를 쳤다. 이만이 아니다. 덤으로 구설수까지 안겼다. G8회의 초청으로 이뤄진 세 번째 만남은 일종의 함정이 됐다. 대통령은 분명히 “독도 영유권 명기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가 되었다. 그런데 “연기해달라”고 했다는 것이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명기를 이 대통령에게 이미 통보했다는 것으로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에 통보한 것이 아니고 총리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아울러 “연기해달라”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야말로 어르고 벼르고, 병주고 약주는 식의 언론 플레이다.
연기설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부분에 분명한 말이 없었던 것은 미흡하나, 그렇게 믿고자 한다. 또 이를 빌미삼아 정치공세를 펴는 것도 옳지 않다. 저들의 의도적인 언론 흘리기, 즉 리크정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밝힌 “영유권 명기는 안 된다”는 말 한 마디로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면 대통령의 불찰이다. 여기서 노정객의 노회한 후쿠다 일본 총리에 비해 뭘 모른 이 대통령의 외교 미숙을 절감하는 것은 유감이다. 대통령에게 보인 일본 총리의 미소(微笑)는 내심 ‘독소’(毒笑)였던 것이다.
일본은 지난 3월 벌써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을 확정하면서 독도 영유권을 해설서에 넣기로 작정이 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도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나 4월 한·일정상회담을 의식해 문제삼지 않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간과한 것이 결국 불씨를 키웠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으로 독도 영토교육을 앞으로 더 강화한다는 것이 일본 문부과학성의 방침이다.
일본은 독도의 국제분쟁화를 위해 치밀한 준비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동해를 일본해로 고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그들 말대로 일본해에 있는 다께시마, 즉 독도를 일본 섬으로 하는 검색어 변경을 미국의회도서관에 신청했다. 다행이 일단은 변경이 유보되긴 했으나 방심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회도서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이의 검색어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후쿠다 정부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명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는 요란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늦었다’며 질책했는가 하면, ‘고유영토’라고 더 강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등 불만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경제대국에 이어 거듭된 군사대국의 패권주의 극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돌아봐야 하는 것은 우리의 그간 대응 자세다. 일본에서 독도를 문제 삼을 때마다 우린 일과성 망언으로 규탄만 하고, 멀쩡한 우리 땅이란 생각만으로 손놓고 있었던 것이 잘 한 것은 아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일본 사람들이다.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폭격도 1941년 12월8일 미명에 기습 공격, 미국 태평양함대를 궤멸시켜놓고 그날 정오에 비로소 선전포고를 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일본을 규탄하는 나라안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규탄만으로는 저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할 사람들이란 것이다. 독도가 우리 땅인 고문서 등 역사자료 수집, 국제법상의 논증 확보, 의연한 대일외교 등과 함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강화가 있어야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력 배양이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게 또 일본의 속성이다. 우리가 저들과 버금갈 만큼 국력이 강해지면 감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못할 것이다.
일본의 독도 침탈 기도는 국난이다. 국난 대비는 국론의 일원화로 시작돼야 한다. 후쿠다 총리에게 밀린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독도에 관한 한 더는 밀리지 않도록 국민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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