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석유위기 ‘불감증’

석유위기다. 정부는 뭐하는가, 경제의 기본질서가 뒤틀린다. 국제유가가 130달러 대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천원 대에 들어섰다. 경유가 휘발유값을 추월했다. 운송업계가 야단이다. 굴리면 굴릴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오징어가 대풍이어도 기름값이 무서워 출어를 포기하는 지경이다. 석유위기는 조만간 시민생활에 직·간접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위기는 유럽·북미·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현상이다.

100달러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상승 곡선을 긋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자 거의 수직 상승을 했다. ‘국제유가가 심상찮아 배럴당 50달러에 육박, 곧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신문기사가 불과 4년전인 2004년 10월1일자다. 배럴당 200달러 전망이 머지않아 현실화 할 추세다.

산유국은 석유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 생산량 정체로 가격담합을 꾀한다. 강대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근래 OPEC에 공급량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무기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 정부도 ‘담합구조를 고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며 미국에 가세했다. OPEC은 그래도 여전히 꼼짝도 않는다.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크게 한몫 챙겨두자는 것이 OPEC 회원국들의 심산이다.

중동의 석유개발이 본격화한 것은 1908년이다. 그해 5월26일 영국의 지질학자 조지 레이놀즈가 페르시아 산악에서 시커먼 원유기둥이 솟구치는 시추에 성공한 것이 단초다. 올해가 100년 째다. 그동안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앞으로 40년에서 50년이면 자원이 고갈될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물론 자원이 줄어드는 것 만큼 채굴량도 점점 줄다가 고갈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21일 발표한 ‘석유공급 장기전망에서’ 불과 22년 뒤인 2030년엔 석유 자원이 15%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더 다급해졌다. 석유·석탄·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지열, 수소, 폐기물 등을 이용해 전기 또는 열을 생산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원자력도 포함된다. 70년대 1차 오일쇼크 이후 많은 나라가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예컨대 프랑스는 50%, 스웨덴 62%, 일본은 40%까지 에너지 자립도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수력을 합쳐 에너지 자립도가 18%다. 이도 70년대에 이룬 것이다. 지난 30여년을 허송세월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 모양이다.

미국은 그동안 탈석유의 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해왔다. 예를 들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화학공업은 외국으로 이전을 서둘렀다. 공해와 고유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키 위한 노력인 것이다. 우린 대체에너지 개발도 손놨을 뿐만이 아니라, 산업구조 역시 개편한 적이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은 언젠간 석유전쟁이나 석유분쟁으로 번질 공산이 없지 않다. 세계의 경제가 기존의 질서에서 중동의 자원민족주의 지배로 전환되는 것을 서방 강대국들이 묵과하는 덴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많은 미국 젊은이들을 죽이고 막대한 전비로 미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쩌면 오히려 선견지명으로 평가받게 될 날이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산업구조 개편을 서둔 나라에서도 유가 폭등에 신경을 쓰는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한 우리의 정부는 넋 놓고 앉아있다. 무대책인 것이 ‘낸들 어쩌랴?’는 식이다.

정부의 경제운용 목표는 지난 3월의 국제유가 80달러를 기준해서 짠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성장은 6%를 이루겠다는 것이, 물가 상승은 5%로 오르고 성장률은 4.4%로 낮아지게됐다.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현상 유지도 못하는 판이다. 석유위기의 주름살은 민생 곳곳에 파고들어 아우성이다.

물론 치명적 요인이 외부의 석유탓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 하여 대책이 무대책이어서는 정부랄 수 없다. “하반기엔 세계적인 경기 후퇴로 수요가 줄어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당국자의 안일한 소린 국민의 혈세로 월급받을 자격이 없다.

예상되는 갖가지 시나리오에 의한 여러가지 방안의 정책을 탄력성있게 강구하여야 한다. 비싸면 덜 쓰는 것이 상책이다.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데 전혀 이행이 안 되고 있다. 청와대는 점심시간에 소등을 한다는 데도, 국민사회에 아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청와대 사람들이 부덕 무능하여 믿음이 안 가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부는 책임있는 정책 제시로 국민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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