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류 문화도시로 가는 길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기자페이지

서울시는 2006년 7월부터 서울을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삼아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하고, 서울대학교 미대학장을 지낸 인사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본부장은 부시장 급이다.

도시 디자인은 창의성을 구현하는 과정이다. 창의성을 행정적으로 실행하려면 수많은 갈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간판 정비 하나만 보더라도 그 어려움은 매우 크다. 간판 정비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예산, 행정, 제도 혁신을 동시에 이루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식과 제도를 동시에 바꾸는 창의성의 실험이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문성과 행정능력을 겸비한 인사로 하여금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토록 하고 있다.

그동안 총괄본부는 공공건축물은 물론, 아파트와 같은 민간 건물의 외관 디자인에 대해 사전 자문을 받도록 ‘도시 디자인 조례’ 등 각종 법규를 마련하고 있고, 작년부터 디자인 심의를 한층 강화해 성냥갑 모양의 건물은 건축허가를 아예 내 주지 않고 있다. 서울 거리의 미관을 가꾸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를 통해 거리의 미술화작업도 벌이고 있다. 강남대로, 이태원로, 대학로 등 10곳을 ‘디자인 거리’로 선정해 디자인, 감성, 자연이 어우러지는 ‘토털 디자인’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향취가 흠뻑 묻어나는 고품격 문화거리를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간판을 정비하고, 미술거리를 조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이 될 공공 시설물을 세워 물질적, 감성적 환경을 조화롭게 꾸미는 것만으로 과연 서울의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까. 꼭 한 가지 유념하고, 당장 착수해야 할 것은 그러한 조화로운 물질적 환경을 일상으로 이용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일반 시민의 의식과 수준을 고품격 문화시민으로 한 차원 더 높게 끌어 올리는 일이다.

호화롭고 세련된 극장을 짓는 일은 공연장 에티켓을 지키는 관객으로 만석일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사업으로 완성된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시민의식이 결여된 도시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교양과 품격이 미흡한 도시는 일류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거리를 꾸미는 일과 함께 시민의식을 새롭게 디자인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세계일류 문화도시의 주인으로 존경받는 시민이 되기 위한 ‘21세기 문화시민운동’을 평생학습 차원의 사회교육운동으로 전개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문화도시 토털 디자인의 중심에 문화예술이 있음은 물론이다.

서울의 사례를 이제까지 살펴 본 이유는 서울의 사례가 우리나라 도시발전의 본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는 수도권의 위상으로 인해 한발 앞서 생각하고 실행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세계일류 경기도의 토털디자인을 추구함으로써 경기도환경도시포럼이 표방하고 있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된 도시의 구현이 촉진될 것이다. 도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사업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전세난 등의 서울에서의 뉴타운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일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큰 그림을 디자인하고, 그 다음 단계로 접근한다는 미래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천의 차 없는 문화거리 사업이라든지, 매 주말 예술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의정부 중앙로의 선진형 문화도시 사업을 비롯해서 이미 시군 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적만 보더라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디자인을 통해 세계일류 문화도시로 가는 길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