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국가로 가는 길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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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19일 대한민국 국민은 제17대 대통령으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매년 7% 경제를 성장시켜 10년 후에는 개인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실용의 철학에 입각한 실천을 통해 산업화 민주화의 토대 위에 선진화를 구현하는, 세계일류국가 건설을 공약했다.

국민들 누구나 이 공약이 약속대로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새 대통령이 정말로 경제 대통령이 돼 기업과 서민 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주름살이 활짝 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언급은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21세기 경제 살리기의 관건은 문화적 창의력에 달려 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기 소르망은 “한국이 겪는 위기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만한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는데 있다”고 충고한 바 있다. 사무엘 헌팅턴은 “21세기에는 이념과 경제를 초월해 우월한 문화력이 세계 질서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하나의 지구촌으로 진전된 세계경제를 이끄는 힘의 원천은 바로 세계의 석학들이 한결 같이 지적하는 문화인 것이다.

지식, 정보, 기술, 감성, 이미지 등은 앞으로 전개될 문화력 경쟁시대 경제 살리기의 키워드들이다. 이들의 경쟁력이 곧 나라의 경쟁력임을 인식한 선진국들이 창의력의 발양을 최우선의 국가과제로 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문화정책적 접근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인간존중의 정신과 가치가 시민생활 속에 잘 녹아 든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진정한 행복은 넘쳐 나는 물질을 절제하고 풍요로운 정신적 가치를 가꿀 때 가능하다. 미국 문화 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연방정부 차원의 예술기금은 미국 민주주의 강화를 첫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건전한 인성을 계발하고 민주시민의 정서적 자신감을 고양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 기반을 튼튼히 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사회·경제적 창의성을 배양하고 미국 민주주의 토양을 풍요롭게 하며, 그것이 또한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지탱해 준다는 것이다.

세계 일류 국가는 민주시민의 건전한 교양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도처에서 묻어 나는 품격을 갖춘 나라이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문화시민의 정신적 자산이 없는 한, 물질적으로 아무리 부자나라라고 해도 선진국 소리를 듣지 못하며, 세계 일류국가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10년 후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세계 7대 강국, 세계 일류 국가의 장밋빛 비전을 진정 실현하려면 물질적 경제성장 못지 않게 정신적 가치와 예술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좌편향된 이념으로 왜곡된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상화하고, 정부 부처 조직을 혁신하며 IMF환란 이후 공공문화예술 부문에 괴질처럼 확산된 수익성 논리를 건강한 수준에서 대폭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황금알의 거위로 비유된 문화산업이 시장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나가도록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가치 창출의 도구로 징발돼 기초예술로 개명된 순수예술의 위축된 위상을 바로 잡아야 하며 정치논리 과잉으로 멍들은 예술지원분야에도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 줘야 한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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