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헤저드에 빠진 시흥시

이동희 <제2사회부/시흥> d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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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장 등 지역 지도층 인사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잇따라 구속되고 있다. 시흥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나 다름없다. 시민들의 눈과 귀가 모두 검찰로 쏠려 있다. 행정은 옥중결재라는 방식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감과 허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공무원들은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정의 칼날 앞에 놓인 시흥시는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시흥시지부는 지난달 30일 ‘공무원가족 대동한마당(노래자랑)’을 강행했다.

노조측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됐고 이미 투입된 비용이나 노력 때문에 행사를 연기하거나 폐지할 수 없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행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시장 구속 사태로 노조 자체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돼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 행사는 물론 한 가정의 크고 작은 일도 개최 시점이나 당시 상황 등을 놓고 충분히 논의, 검토한 끝에 결정된다.

노조는 공무원 노래자랑을 하기에 앞서 민선 1~4대 시흥시장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것을 보며 시민들이 느낀 좌절감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되묻고 싶다.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시장 등 지도층 인사들이 저지른 비리를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결과에서 기인한 총체적 부정부패라고 보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흥지역이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Moral Hazard)’에 빠져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흥의 부정부패 등의 원인을 도덕적 해이에서 찾는다면 무리일까. 시민들은 지도층 인사나 공직자가 자성하고 자숙하는 태도를 갖고 건전한 견제·비판 세력으로서, 행정 내부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길 바라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

dhlee@kgib.co.kr

이동희 <제2사회부 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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