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향해 날아든 비행기는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그 테러사건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지속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사실 냉전이 종식되고 이데올로기 대립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걸프전, 보스니아 내전, 유고 내전…. 이러한 분쟁들은 문명 간의 갈등과 충돌이 빚어낸 산물인 것일까요? 미래 사회에는 문명 간에 융화와 공존을 이루지 못하고 충돌이 더욱 격화될까요? 함께 생각해봅시다./김경미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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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명처럼 사람들의 판단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이슬람 문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긍정과 부정, 양극단으로 나뉩니다. 사람마다 이슬람 문명을 바라보는 입장이 왜 그토록 다른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이슬람 문명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이슬람교는 신도수가 약 13억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라고 해요. 이슬람은 지리, 문화의 복합체이자 세계 문명이기도 하죠.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이슬람 세계는 모로코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해안까지 쭉 뻗어 있어요. 북아메리카나 유럽에도 적지 않은 인구가 있죠. 이처럼 이슬람은 그 규모 자체로 볼때 지구인 모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들은 이슬람에 대해 무지에 가깝죠. 알게 모르게 서구사회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오해와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어요. 특히 9·11 테러이후 이슬람은 폭력이나 독재, 억압의 이미지로 고착화되고 있어요. 과연 이슬람은 어떤 문명일까요?
1 다음 보기 가운데 이슬람 문명을 설명하고 있는 것을 모두 골라 봅시다.
① 이슬람 문명은 폭력적이다.
② 이슬람 문명은 온화하다.
③ 이슬람 문명은 폐쇄적이다.
④ 이슬람 문명은 과학적이다.
⑤ 이슬람 문명은 관용적이다.
⑥ 이슬람 문명은 잔인하다.
2 1번에서는 여러분은 어떤 보기를 골랐나요? 그런데 놀랍게도 ①에서 ⑥번까지의 보기가 모두 이슬람 문명의 특징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 문명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이슬람 문명을 부정적으로 보는 셈입니다. 왜 이슬람 문명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양극단으로 나뉘는지 생각해봅시다.
서로 다른 문명은 충돌하기 마련인가요, 아니면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문명의 대립은 냉전 이후 여러 분쟁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반면 지구화 시대에 오히려 문명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명은 과연 충돌할까요, 공존할까요?
명제Ⅰ. 문명, 특히 이슬람 문명과 서구 문명은 서로 공존하기 힘들다!
(충돌한다) 문명 사이의 차이는 실질적일 뿐 아니라 근본적인 것이다. 문명은 역사, 언어, 문화, 전통, 종교의 차이가 명확하며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다르고 그 차이점은 오랜 시기에 걸쳐 형성되어 온 근본적인 차이다. 문명 간의 충돌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과거이슬람문명의 지중해 공격이나 기독교의 십자군원정 등도 문명간의 충돌에서 비롯한 것이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 언어, 전통을 지닌 문명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데 문명 간의 갈등의 핵심에는 종교가 있다. 특히 7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서구문명의 충돌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문명은 서로 유일신을 숭배하고 강한 목적론적 역사관을 갖고 있는터라 그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서구문명권은 다원주의, 개인주의, 민주주의, 합리주의라는 독자성을 지닌다. 이러한 제도나 관습, 신념은 서구문명권외 다른 문명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슬람문명이 지닌 호전성은 결국 서구문명권의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공존한다) 모든 문화는 근본적으로 혼혈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적, 종교적차이가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은 대개 정치, 경제적 이유에 의해 촉발되며 종교적 차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문명은 상호공존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공존한다. 역사에서도 문명이 공존한 예는 많다.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킨 이슬람 계통의 오스만제국은 기독교도들을 무력으로 개종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기독교 문명까지 흡수해 이스탄불에는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기도 했다. 종교적 차이가 있다고 해서 조화나 공존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슬람문명과 서구문명은 모두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기원을 두고 있어 충돌보다는 공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교리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 이슬람이 호전적이라는 생각은 지역적 특성상 분쟁이 많았던 이유로 생긴 편견에 불과하다. 이슬람만큼 관용을 중시하는 종교도 없다.
명제Ⅱ. 냉전 후 국제 사회의 분쟁과 갈등은 문명 간의 대립에 기인했다!
명제Ⅲ. 현대의 세계 질서는 이데올로기나 경제가 아닌 문명의 잣대로
설명될 수 있다!
명제Ⅳ. 미래사회에서는 문명의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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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세계의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세계 곳곳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문명의 충돌’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문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기에 앞서 문명이란 무엇인지 문명과 세계 질서는 어떤 관계인지 살펴봅시다.
1. 문명이란 무엇인가요?
문명이란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곤 해요. 대개 인류가 이룩한 문화양식 중 물질적 자산을 의미하기도 하고 야만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가 원시 상태에서 벗어나 크게 발전한 상태를 말하기도 하죠. ‘인류 최초의 4대 문명이 무엇이다’라는 식의 표현은 이런 의미로 사용된 것이에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문명을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하죠. 동일한 언어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적 양식, 생활습관이나 제도가 유사한 권역을 일컬어 문명이라는 말을 사용해요. 이 때문에 같은 문명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 동질감을 느끼죠. 또한 동일한 종교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 중 하나예요. 최근 들어 종교적 구분에 따라 문명을 구분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종교적 특성이 사고방식이나 문화, 생활 등에 있어 차이를 크게 하기 때문이에요. 간단히 말해 문명이란 동일한 문화권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현대사회에는 여러 문명이 존재하지만 그 구분 역시 학자들마다 달리 해요.
2. 세계의 문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세계의 문명을 서구 기독교 문명, 그리스 정교 문명, 라틴 아메리카 문명, 힌두 문명, 이슬람 문명, 아프리카 문명, 유교 문명, 일본 문명 등으로 나누었어요. 주로 종교적 차이에 기인한 구분이죠. 크게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으로 구분하기도 해요. 이와는 달리 지역과 특성에 기초해 다른 구분을 내놓는 학자들도 많아요. 또한 현대사회에는 문명 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경계가 모호해 구분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죠. 이러한 문명의 구분은 냉전 이후 분쟁과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세계 질서의 흐름을 가늠하는 틀로 주목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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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냉전 이후 문명이 세계 질서를 설명하는 틀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냉전 당시만 해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세계 질서의 흐름을 좌우했어요. 미국과 소련의 충돌과 여러 차례 벌어진 전쟁들이 대개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기인했죠. 하지만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냉전이 해체되자 사람들은 세계 질서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막막했어요.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 야마는 냉전의 해체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역사의 종말이라며 서구자본주의의 승리를 주창하기도 했죠.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은 여전했어요. 때문에 93년 헌팅턴이 발표한 ‘문명의 충돌’이라는 논문이 큰 반향을 얻었어요. 종교를 근간으로 한 문명권의 대립과 충돌이 앞으로 올 역사의 법칙이라는 설명이었죠. 문명 간의 충돌이 냉전 이후 대립과 갈등의 주된 원인일 것이며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 특히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대립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어요. 이데올로기나 경제 문제로 세계 질서의 대립을 볼 것이 아니라 문냉전 이후 세계의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세계 곳곳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문명의 충돌’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문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기에 앞서 문명이란 무엇인지 문명과 세계 질서는 어떤 관계인지 살펴봅시다. 명 간의 대립을 주된 분석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이러한 문명충돌론은 9·11 테러 후 이 사태를 예언이라도 한 듯 인식되었고 더욱 부각되기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문명 간의 대립이 세계 질서에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는 반면 이를 통해서만 세계 질서를 해석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요.
4. 문명충돌론에 대한 비판은 어떤 내용인가요?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반박했지만 그 중 독일의 국제정치학자 하랄트 뮐러가 대표적이에요. 뮐러는 그의 저서 <문명의 공존> 을 통해 ‘문명충돌론’을 정면으로 반박했어요. 그는 문명충돌론이 오히려 문명의 대립을 부추기는 이론이며 선과 악의 이분법적 도식에 맞춰 이데올로기를 문명으로 대체시켜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어요. 헌팅턴이 문명 간의 조화나 융화가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본 반면 뮐러는 문명 간 상호의존과 조화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죠. 헌팅턴의 문화충돌론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 간의 대립을 강조해 패권주의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미국 정부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요. 때문에 문화충돌론을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르기도 하죠. 문명의>
5. 오리엔탈리즘이란 무엇인가요?
오리엔탈리즘이란 용어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오리엔탈리즘> 에 사용되면서 널리 퍼지게 됐어요. 원래 서양이 동양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의미하지만 동양이 서양에 비해 후진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문명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말하기도 해요. 이슬람 문명은 야만적이고 호전적이라는 편견도 오리엔탈리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죠.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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