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2단계 균형발전정책으로 경기도와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균형발전정책을 명분삼아 노골적으로 경기도를 억압, 역차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234개 지자체를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차등하겠다는 것이다. 양자는 당연히 각자가 처한 입장에서 합당한 논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력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비중이 커지면서 논란이 된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참여정부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안고 온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방 경제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과 수도권에 대한 규제정책을 동시에 펼쳐왔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어떠했나. 엄청난 재원과 시간을 투입하여도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바로 이 수도권 정책 아닌가. 발전된 지역과 낙후된 지역이 공존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일부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를 통하여 전체를 균형발전 시켜 모두 잘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우리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의 특징 중에 하나는 경쟁체계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지역 또는 도시간의 경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쟁국은 주변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서울의 경쟁도시는 상해, 홍콩 등이고, 부산의 경쟁도시는 고베라는 개념이다. 지역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가 경제를 더 발전시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은 더 중요하다. 이런 글로벌 경쟁체재 하에서 정부가 내부의 한정된 자원만을 가지고 전체적인 균형을 논하는 정책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정부는 지속적으로 균형정책을 진행해가면 한국의 경쟁력이 더 강화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경쟁 상대들도 이런 문제들에 매달려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지 않다. 아마 정부가 만족할 만한 균형이 완성되는 시점이면 우리 경쟁 상대들의 경제수준은 이미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앞서나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는 변화속도도 빠르지만, 그 경쟁 상대들은 낙후지역 발전을 위하여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역을 더 성장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는 방법을 택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잘 훈련된 자본주의로 무장되어 있고 시장경제를 경쟁에 이용할 줄 아는 정부를 가지고 있으니까.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은 원론적일 뿐, 치열한 경제전쟁 하에서는 시대적으로 생산적인 방법은 아니다. 중앙정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모든 지자체들의 단계적인 발전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해 상충되는 점들을 조정하는 지원기능이면 충분하다. 각 지자체들은 미래 유망산업이라는 이유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는 비슷한 육성분야와 발전전략들을 내세우지 말자. 우선적으로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고려하여 효율성을 먼저 점검해야 하며, 수도권의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내가 수입이 낮은 이유가 상대방이 수입이 높기 때문이라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수많은 지역 축제들과 재정 효율성을 냉정하게 점검해 보면 정부의 균형발전 논리가 정말 설득력이 있고, 지자체는 자구노력이 충분했는지 그리고 정말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인적 물적 인프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을 규제하지 않으면 지방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지 답을 찾을 수 있다.
공간적인 면에서 도로망을 비롯한 교통과 무선 통신의 발달은 한국을 도시국가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미 수도권 규제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외부 환경변화와 국가 경쟁력에 대한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을 중앙정부는 너무 시간이 많이 필요한 큰 그림만 가지고 이상향을 추구하지 말고, 정교한 분석과 현실적인 문제를 개별 지자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수도권을 규제한다고 지방이 성장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신뢰할 수 있고 근거가 뒷받침된 섬세한 정책이 절실하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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