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이 위협받은 절대 절명의 고비에 처한 손학규, 그는 모레 열리는 광주·전남지역 경선을 재역전 교두보 삼아 캠프 해체의 배수진을 쳤다. 하긴, 손학규만이 아니다. 1위로 올라선 정동영이나 ‘친노파’ 단일화로 맹추격전을 벌이는 이해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울산·강원·충북 등 4연전서 서로 물고 물린 혼전 양상으로 물러설 수 없기는 다 같다.
그러나 손학규의 입장은 특히 또 다른 점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내 ‘반노’ 진영의 유일한 주역이다. 신당의 손님이 아니다. 창당 기여에 지분을 갖고 있는 신당 주주다. 그런데도 고독한 것은 노무현을 겨냥한 ‘반노’의 대립각 틈새로 부는 패거리 바람 때문이다. 당의 공조직이 아닌 사조직이 패거리다. 패거리 동원의 버스떼기 설이 공공연히 나돈다. 패거리 동원의 가능성은 또 있다. 패거리 경선이 국민경선은 아닌 것이다.
한명숙·유시민의 사퇴는 이해찬 옹립을 위한 노무현 진영의 대선 각본 제1막이다. 예견됐던 일이다. 정동영이 지금은 ‘비노’로 분류되지만 원래는 노무현 사람이다. 당의장을 두 번 지내고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초록은 동색이다. 이들에겐 기성 세력의 사조직이 있다. 사조직, 즉 패거리가 없는 것은 고군분투하는 손학규 혼자다.
4연전 경선 직후, 마포 자택에 칩거하던 그가 천주교 절두산 성지와 남양 성지를 들르고는 캠프를 전격 해체했다. 손수 운전한 경승용차 마티즈는 동승했던 부인의 차다. 캠프 해체는 낡은 패거리정치의 구태 타파를 정조준한 자폭적 순교다.
무모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다고 더 알아 주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현실정치를 모르는 처사라고도 한다. 그러나 현실정치를 하나 택한 건 있다. 호남 민심 잡기다. 1차 100일 민심탐방, 2차 20일 민심탐방 모두 전남에서 시작했다. 햇볕정책의 지지를 거듭거듭 확인했다. 동교동의 김대중 집을 방문하곤 했다. 김대중의 훈수정치는 마뜩찮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호남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다.
손학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 스스로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를 가리켜 순진하다고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예컨대 민심대탐방은 정치적 쇼다. 가령 탄광 막장 같은데서 광원과 사진만 찍고 적당히 말 수도 있는 일이다. 사진만 찍고 마는 정치인들의 유사행위가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손학규는 진종일 또는 며칠씩 탄가루를 들이마시며 광원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기 일쑤다.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쇼다. 문제는 진심으로 보여주는 쇼냐, 가식으로 보여주는 쇼냐의 차이에 있다.
신당의 경선이 어떻게 판가름 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만약 노무현 사람이 후보가 되면 ‘도로열린우리당’의 완결판이라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을 왜 해체했는가, 그 간판으로는 대선에 명함을 들이밀 수 없기 때문이고, 이유는 국정 파탄에 있다. 장사가 안되어 신장개업을 하면 주인이 전 사람인지, 새 사람인지가 관심사다. 신장개업의 신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것은 신당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간판이다.
그가 지금 광주에서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 금남로 거리에서 광주·전남지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금남로는 5·18 항쟁의 거리다. 물론 정동영·이해찬도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캠프를 없앤 손학규 처지는 필마단기의 백의종군이다. 투표율이 관건이다. 지난 4연전의 평균 투표율 19.8%로는 여전히 사조직 중심의 재판이 된다. 국민경선에 합치되는 경선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참여율 제고가 절실하다. 민심에 직접 호소하는 백의종군의 승패는 결국 투표율에 달렸다.
신당 경선은 29일 광주·전남에 이어 이튿날은 부산·경남, 그리고 10월6일 전북 등 일정으로 이어진다. 경기도는 막판에 있게 된다. 지난 2002년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가 중도 사퇴를 한 게 노무현이 대승한 광주·전남경선이 있고나서다. 막판의 경기도 경선에서는 노무현의 들러리를 섰던 정동영이 표를 더 얻었다. 이인제에게 갈 표가 정동영에게 쏠렸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이 후보로 이미 확정됐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이 후보가 됐다. 경선이 아직 진행 중인 정당은 신당과 민주당이다. 대선 본선은 말할것 없고 정당내 경선에서 누굴 맘에 두느냐는 것은 선택의 자유다. 신당에서 손학규를 주목하는 것은 다만 경기도 민선지사를 지냈고, 또 순수한 경기도 출신의 후보로는 자유당 정권 때 야당의 거목이었던 신익희 이후 처음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한 가지를 더 들자면 그의 행적이 여러가지로 파격적인 점도 있다.
신당의 경기지역 경선이 언제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아마 막바지 절정을 이룰 것이다. 손학규의 경선이 경기지역 경선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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