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의 도량으로 감싸길

군포의왕교육청 간부 2명이 혼쭐이 났다.

각급 학교의 상수도요금을 줄여 학생과 교사의 복리를 위하려다 되레 추궁을 받았다. 혼쭐 낸 장본인은 다름 아닌 군포시 상수도사업소 공무원들. 이들은 지난 5일 교육청을 찾아 자신들의 사나운 심사를 ‘까칠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교육청은 지난 7월27일 “상수도요금 감면조례를 개정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었다. 이들이 까칠한 푸념을 늘어놓은 지 이틀 뒤인 지난 7일 공문이 왔다. 예의상 “향후 검토예정”이었으나 한마디로 “노(No)”였다. 교육청에 회신하면 될 일인데, 공문에 앞서 이들이 ‘예방’(?)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교육청의 수도요금 감면 요청 후 시청 공무원들은 사방팔방으로 다리품을 팔았다. 심지어 다른 시·도를 넘나들며 밤 늦게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며 정중하게 거절방법을 찾는데 한달 이상 걸렸다. 매달리지 않아도 될 일에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진땀을 흘렸던 것이다.

이러니 편치 않은 감정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는 것은 누구라도 인지상정(人之常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치일 터. 이들은 관련 자료를 충분이 모아 대화 중인 책상에 내려놓았으나 정작 교육청 공무원들은 내용을 보지도, 보자는 엄두도 못냈다.

군포시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교육경비에 가장 많은 지원(예산대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10년 동안 노후관 교체사업을 벌여야 하고 요금 감면은 시민들 부담으로 이어져 형평성 문제가 이는 등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어쨌든 학생과 교사, 시민 등을 위해 노력하다 얼굴 붉히는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두 기관은 지난 서운한 감정을 털어내야 한다. 역지사지의 도량으로 서로를 감싸는 길만이 공복의 참뜻을 되찾는 길임을 곱씹어야 한다.

이 정 탁 jt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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