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40여일만의 석방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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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인질 19명이 전원 풀려나기까지는 긴장의 연속이다. 한꺼번이 아니고 수 명씩 순차적으로 석방한다는 것이 막판의 피를 말린다. 중간에 돌발상황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여 두렵다.

지난 7월19일 피랍된지 40여일만이다. 성남 분당 샘물교회 아프간 선교 및 봉사단 23명이 탈레반에 붙잡혀 억류된 과정에서 이미 남성 인질 2명이 피살됐다. 여성 인질 2명은 며칠전 조건없이 풀어주었다. 남은 인질의 알려진 석방 조건은 세 가지다.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부대의 연내 철군과 역시 현지에서 활약하는 비정부기구(NGO)요원들의 즉각 철수 그리고 아프간에서의 선교활동 중단이다.

선교활동 중단은 종교상의 문제다. NGO 철수는 시민단체 일이다. 그러나 철군은 주권 관련의 국가 대사다. 이는 연말로 이미 일정이 잡혀있다. 계획돼 있는 연말과 협상에서 합의된 연내가 어떻게 다른진 확실치 않다. 연말보다 서둘러 좀 더 일찍 철군하는 것이 연내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요한 대목은 연말이든 연내든 주권에 속한 철군이 탈레반측과의 협상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텔레반은 정부기구가 아니다. 아프간 반정부 무장 세력인 테러집단이다. 정부 기구가 아닌 무장집단과의 협상은 외교가 아니다.

그렇지만 인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려운 실체다. 엄연한 존재를 부정할 수 없어 부득이 갖는 실체 접촉은 그래서 외교가 아니고 다만 협상인 것이다. 비외교 협상에서 주권 관련의 철군 합의는 불가피하긴 했지만 일찍이 없던 선례로 남긴 수치다.

그렇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 정부군에 억류된 탈레반 포로와의 맞교환 요구를 한국 정부의 권한밖 일로 설득시켜 포기케 한 것으로 자족해야 했다. 궁금한 것은 발표된 이외의 이면합의가 정말 없었느냐는 것이다. 몸값 흥정이 예가 될 수 있다.

탈레반의 순차적 인질 석방 조건이 그같은 이면합의 유무를 생각케 한다. 인질을 여러 군데로 분산시켰기 때문에 시일이 걸린다는 말은 좀 미덥지가 않다. 순차적 석방은 이면합의 이행의 담보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전원 석방 합의에 이른 것은 대면협상의 성과다.

정부는 적어도 인질이 모두 풀려나기까지는 어떤 군사행동의 징후도 보이지 않기를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백악관에 단단히 일러둘 필요가 있다. 탈레반이 인질을 산악지대에 분산 억류한 것은 군사작전이 감행될 것에 대비한 것이어서 군사적 징후는 곧 인질의 안전과 직결되는 인계철선인 것이다.

그렇찮아도 인질 석방 후 아프간군과 미군의 대규모 소탕전이 개시 될 것을 염려하는 탈레반 내부의 강경파 반발이 없지않다. 이에 빌미를 주는 돌연변이로 인질 석방에 차질을 빚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인질 사태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인질을 버스 째 납치한 대규모 피랍 사태는 처음이기 때문에 인질의 안전을 특히 주목한 것이다. 정부도 인질 안전을 최우선으로하여 이런 저런 체면은 돌보지 않았다. 대면협상의 직접 대화가 그렇고 연내 철군 합의 등이 그러하다.

떼죽음의 늪에 빠진 국민을 살리는데 다른 이유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몸값 지불이 없다 하더라도 벌써 가장 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미 밝힌 비정부 무장세력과의 비외교 접촉에서 주권에 관한 철군을 합의한 굴복은 돈으로 비교될 수가 없다.

외국 출타가 보편화됐다.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국민들이 많은 외국 여행을 한다. 다른 나라에 가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신변의 불안에 대해선 자신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의 부주의나 경솔한 행동으로 국가에 폐해를 주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다.

특히 위험지역은 더 한다. 반정부군은 아프간만이 아니다. 반정부군이 아닌 무장강도집단이 또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여행안전정보를 날마다 방송함으로써 해외여행 안전에 경각심을 돋운다. 국내에서도 해외여행 국가를 분류해놓고는 있다. 그러나 이만으로는 미흡하다. 국가정보원 같은데서 철저히 분석된 해외여행정보를 공지할 의무가 있다.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의 그간 고생이 참 많았다. 피살된 두 인질 가족의 참담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 이제나마 돌아오는 인질들 또한 그동안 겪은 심신의 고통을 평생 잊지못할 것이다. “국민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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