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제하는 세계힙합페스티벌

시흥에서 8~12일 열릴 계획이던 세계힙합페스티벌이 무산됐다. 시흥시는 주관 업체가 힙합페스티벌 개막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회사 내부 사정으로 행사를 열 수 없다”고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힙합페스티벌이 무산된 근본적인 이유가 다른 데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힙합페스티벌이 내부 논의과정 없이 정책 결정권자의 즉흥적인 판단으로 확정됐고, 주관 업체의 개최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힙합페스티벌 주관 업체가 그동안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계획 등을 제시하지 못했는데도, 시흥시는 무슨 연유에선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질질 끌려 다니기만 했다.

이런 가운데 시흥시가 10월6~7일 이틀 동안 힙합페스티벌을 열겠다고 불쑥 발표하고 나섰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행 업체가 기획·연출·공연팀 초청부터 후원·마케팅까지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 자치단체는 예산과 행정력 등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시기와 기간, 장소 등을 변경해 힙합페스티벌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흥시는 이보다 앞서 꼭 했어야 할 일을 잊은 것 같다.

힙합페스티벌의 추진부터 무산까지 일련의 과정 및 경위 등을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보고하고 이해를 얻었어야 한다. 힙합페스티벌을 연기해 개최해야만 하는 명분과 당위성 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

아직까지 시흥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자치단체의 주인이 시민인데도 말이다. 시민을 얕잡아 보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추진되는 축제,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 동 희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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