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양수 겸장이다. 김정일 정권은 밑져야 본전이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갖는 걸로 남북간에 동시 발표된 두 정상회담은 한나라당이 보는대로 껄끄러운 점이 없진 않다.
시기로 보아선 넉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정략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대선을 앞둔, 그리고 북녘에 잘해준 노무현의 임기 말에 노무현에 대한 김정일의 이벤트성 선물인 것도 사실이다. 장소로 보아선 7년전에 김대중이 평양을 방문한 답방으로 김정일이 남쪽에 오는 게 순린데도 데데하게 또 만나고 싶으면 평양으로 오라고 한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파는 격으로 아쉬운 사람이 오라는 것이다. 추진 방법이 밀실 접촉인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돌때마다 부인하면서 물밑 접촉을 해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남북 정상회담을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것은 노무현의 양수 겸장에 걸려드는 자충수다. 남북 문제는 민족사적 최대의 현안이다. 두 정상이 만나는 반대 이유로 시기와 장소와 방법을 꼬치 꼬치 따질 일은 아니다. 껄끄러운 대목이 있어도 만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졸렬하다. 노무현은 민족사적 현안 타개를 내걸면서 한나라당의 그같은 자충을 유도하는 노림을 깔았다.
노무현에게도 정상회담이 자충이 되는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김정일을 만나는 것이 대수인 것은 김대중의 평양 방문으로 족하다. 노무현·김정일 회담은 이젠 만나는 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만나서 웃는 모습으로 사진 찍고 덕담이나 건네는 수준의 회담 같으면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한다.
노무현의 평양 방문은 김정일의 핵무기 폐기 선언을 이끌어내야 비로소 평가받는 가치가 발생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경협 및 교류확대, 북미 국교정상화 등도 대량 살상무기의 실체적 위협이 사라져야 가능하다. 상호 군축이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도 매한가지다. 남북간 철도 및 도로 개통, 자유왕래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노무현이 김정일을 한 번 만난 자리에서 단번에 다 해결할 순 없다. 그러나 핵무기만은 불능화가 아닌 폐기 언질로 한반도 비핵화선언 당시로 되돌려야 한다. 담보가 장치되어 번복할 수 없는 절대적 가능성을 이끌어내야 국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다. 만약 이를 다 하지 못하면 노무현 또한 김정일의 선심성 대선용 방문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는 자충에 빠진다.
평양 방문에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2000년 김대중의 평양 방문시 김대중은 공항에서 김정일의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함께 갔다. 연도의 평양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한 것은 김정일이지 김대중이 아니다. 어떻든 그 때, 40분이든가 김대중 혼자 김정일과 동행한 그 시간은 국가의 통치권 접촉이 완전히 차단됐다. 대통령의 통치권 접촉은 한 시의 단절도 있어선 안 되는 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장시간의 공백이 생겼던 사실을 노무현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조선은 같은 공산주의인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국가와는 물론이고 심지어 쿠바와도 달라서 대한민국, 즉 남한과는 체제가 상극이다. 그러나 더 이상 동족끼리 피를 보아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의 공존 공영, 나아가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다. 자주 만나야 한다. 남북간 두 정상회담은 이에 으뜸가는 수준을 지닌 직접 대화인 것이다. 기류로 보아 대선 전 회담을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일정이 이르게 잡혔다. 10월쯤이나 있게 될 줄 알았던 것이 생각보다 두어 달 앞당겨졌다.
노무현은 김정일의 직접대화 수용 용의가 국민적 땀의 대가임을 명심해야 된다. 김대중의 평양 방문 이후 지금까지 북에 공식·비공식으로 이래 저래 흘러 들어간 돈이 자그마치 약 10조원이다. 이만한 이득을 보았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응하고, 앞으로 또 더 큰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건 깽판쳐도 된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이미 다른 건 숱하게 ‘깽판’이 났다. 임기 말에 갖는 남북 관계 최고의 만남에 뭣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 지 주목하고자 한다. 그냥 만나는 것만으로도 대선에 의도된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서는 착각인 것이 국민사회는 그토록 어수룩하지 않다. 김정일의 원맨쇼나 보게 하고 그의 간만 키워 놓는 만남이 되어서는 악수가 된다. 뭣보다 평양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투명해야 할 것이다. 양수 겸장도 되물림으로 외통수를 당하는 수가 있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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