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의장의 귀하신 몸(?)

부천시의회 의장이 귀하신 몸(?)의 대접을 받았다. 경호권을 발동해 공권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의장실을 지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18일 부천시의회 제2차 본회의가 개회된지 20여분만에 정회된 이후 12시간여만인 이날 밤 10시께 일이다.

어찌보면 경호권 발동이 필요없었다. 신변에 전혀 위협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부천추모공원 설립을 반대하는 화장장 반대투위 주민들이 안전하게 경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장이 시의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향후 대책을 의논하고 있는 공식적인 의장실을 누군가의 의도로 문을 열어주었건 아니면 물리력으로 잠겨진 문을 따고 들어왔건 분명한 불법행위다.

이 순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의장이 직무를 포기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공식적인 업무를 못하게 했다면 당연히 공무집행방해인데 공권력을 투입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불법행위자들로부터 의장은 안전하게 경호되고 있었다. 공권력이 투입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염려했을 수도 있다. 몸을 던져 부천추모공원의 건립을 막아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순수하게 공권력에 물러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불상사가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다.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고 안전하게 사태가 수습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천시의회가 출범이후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본회의가 자동 산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물리력에 의한 상황이 아니라 어쩌면 의도된 상황이었다. 의도되었건 의도되지 않았건 분명 시의회는 직무를 포기했다. 더욱이 시의회 의장은 정상적인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 불법행위자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은 것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날 하루는 기초의회가 정당간 대립의 볼썽사나운 국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었다.

/오세광 sko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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