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소통의 방식에 주목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작업 속에 반영하고자 노력해왔다. 미술이 예술로 존재하기 위해선 한 시대를 통해 그 사회와 개인의 시대적 관점, 지속되는 가치관과 상황 등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보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상을 관찰하되, 일상성을 초월해 작품의 자율성을 확보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멀티미디어! 이것은 문자, 음성, 영상 등을 융합시킨 정보전달 매체를 뜻하는 단어지만 꼭 기술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의미까지 포괄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이니스는 “진정한 권력이란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이는 오로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통제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커뮤니케이션 언어를 통제하는 자는 문화를 통제하고 결국 진정한 권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문명비평가인 마샬 맥루한도 “세가지 중요한 기술의 변화가 인류사회의 형태와 문명, 문화 등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이 세가지 기술의 변화란 표음문자의 발명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마르코니의 전신 발명 등이다. 첫번째 시대는 문자 이전의 시대, 혹은 부족적인 시대이며 두번째 시대는 구텐베르크 시대, 혹은 개인주의 시대이고 세번째 시대는 현재의 전기전자의 시대, 또는 재부족화한 시대이다. 맥루한에 따르면, 인쇄술의 발명은 감각의 균형을 전면적으로 파괴시켰고 언어를 표준화했으며 마침내 소리 내어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즉 듣기와 읽기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이러한 시각과 청각 등의 분리로 인한 심리적인 결과는 개인주의였다. 오랫동안 퇴화된 우리들의 오감을 되찾아준 전기시대의 멀티미디어는 인간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두가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에 힘 입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접속됨으로써 미디어의 통합화현상이 가능하게 된다. 즉 문자, 음성, 영상 등이 각각 개별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던 게 통합된 미디어에 의해 하나로 합쳐진 정보전달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정보의 발신자이자 정보의 수신자가 되는 게 가능하다. 개인은 라디오나 TV 등과 같이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였으나 멀티미디어 사회에선 쌍방향성을 갖는 인터페이스가 가능하다. 예술 작품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미디어 아트의 상호소통방식은 관객들을 기존의 수동적 입장에서 적극적 예술 참여, 현실 참여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완성된 채 벽에 걸려 있는 회화와 그것을 바라만 보았던 기존의 수동적 방식에서 미디어 아트는 관객들을 해방시킨 것이다. 이처럼 관객들의 참여가 극대·민주화된 게 미디어 아트의 특징이다.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상호작용)의 세계에선 국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단지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라틴어로 공동체의 뜻이자 지식과 경험의 사회적 공유과정이다. 즉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한다. 인터랙티브는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놀이의 즐거움을 제공해 문화적 자산의 활용을 극대화시킨다. 시대가 제공하는 미디어라는 기본 인프라 위에 예술작업은 시대변화와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더불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상상을 경영하는 예술가들의 재능, 창조성, 모험심, 지적 자본 등이 오감을 통해 표현되는 이 시대의 예술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바로 미디어아트 세계다.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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