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직면하고 있는 경제문제는 국민들의 삶을 보다 풍족하고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하여 국민 각자가 부족하게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이 없어도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환율문제나 국내시장의 대외 개방에 따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일자리가 언제나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다면 실업문제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또한 노동자나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의 몫을 가질 수 있다면 노사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만 있다면 경제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제문제는 부족의 문제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이 땅위의 여건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부족의 현상은 대단히 보편적이기 때문에 마치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만유인력의 법칙’이라고 말하듯이, 경제학에서는 희소성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는 크건 작건 또는 부유하건 가난하건 상관없이 ‘최대 다수 국민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어느 국가도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로빈슨 크루소 한 사람만 살고 있는 무인도에서도 개인이 곧 사회이자 사회가 곧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문제는 여전히 발생한다. 무인도에서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의 제약, 자신의 신체적 조건이나 지식과 기술, 기후조건, 그리고 부존자원 등과 같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량 하나만 얻으려 해도 무인도에서 자생하는 과일이나 열매를 그냥 채취할 것인가, 사냥을 할 것인가, 아니면 땅을 경작해서 씨를 뿌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사냥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육류의 소비량은 늘어나지만 시간과 자원의 제약으로 과일과 열매의 소비량은 그만큼 감소한다.
만약 무인도에 또 한 명의 생존자가 나타난다면 로빈슨 크루소의 선택은 혼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며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왜냐하면,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에 대해 두 사람의 우선순위부터 다를 것이며 두 사람의 생산능력, 즉 지식과 기술수준도 서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로빈슨 크루소는 사냥에 소질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농사를 짓는 데 소질이 있다면 이들은 일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더 나아가 서로가 생산한 것을 두 사람 사이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새로운 선택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한두 명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복잡한 경제문제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수없이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경제문제들이 발생할까!
그러나 이러한 경제문제들은 불행히도 제한된 부존자원과 불완전한 기술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교역의 확대를 통해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는 것은 상호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특화한 후 교역을 하면 부족한 부존자원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양국 모두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은 성장하지만 비교열위에 놓인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마침 EU와 우리나라 사이에 FTA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자원부족으로 인한 경제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산업간, 소득계층간 양극화가 더욱 더 심화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경제기사도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임덕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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