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삐뚫어진 언론관

“(행정을) 잘하고 있는데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있다.” “(공무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마라. 대신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는 잘 대해 줘라.”

이연수 시흥시장이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이어 “신문이 (시청에) 들어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시청 출입 기자들은 모두 ‘뷰티플시흥’(시정소식지) 기자가 돼 홍보성 기사만 쓰라는 뜻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신문의 구독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다.

정론(正論)과 직필(直筆)로 권력을 감시하고 부정과 불의를 고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총족시키는데 언론의 존재의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왜곡됐거나 부풀려져 전달된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부적절하고도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신문을 선택할 권리는 당연히 독자에게 있다. 자신과 시각이 다르고 논점이 틀린 신문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시장이 직접 나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신문을 집단적으로 절독할 수도 있다는 듯한 말을 했다는 건 신중치 못한 처사인 것 같다. 신문 구독여부는 시장이 아닌 실질적인 독자인 공무원들이 알아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매우 독선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이 시장의 그릇된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잘못된 기사나 허위, 또는 과장 보도 등에 대해선 언론 중재나 소송 등 언론피해구제법으로 견제하면 된다.

역사적으로도 언론을 좋아하는 권력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종종 언론과 마찰을 빚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 전 미국대통령 역시 사석에서 언론인들을 욕하고 신문보도에 대해 자주 불평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이 낫다”는 격언을 남겼다. 미 대통령들은 언론의 비판은 기분 나쁘고 언짢지만 언론의 자유와 감시, 비판 등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신문 없는 시흥시(정부)’와 ‘시흥시(정부) 없는 신문’ 중 과연 어떤 게 더 가치 있는 것일까.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남긴 명언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동희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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