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선 ‘인텔리데이팅’(Intellidating)이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텔리데이팅이란 ‘지성’과 ‘데이트’를 합친 신조어로 연인(戀人)들의 데이트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젊은 남녀가 만나면 저녁식사나 영화감상, 아니면 술집이나 댄스클럽엘 가고는 했는데 이제는 뭔가 이런 오락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에서 벗어나 예술 감상이나 독서, 토론 등으로 지적(知的) 활동을 함께 나누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텔리데이트족들은 지적인 활동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애무’하는 것보다 더 관능적인 건 없다”고까지 스스럼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 흐름은 그동안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파티로 가득 찬 미국 젊은 그룹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해외의 유행이나 조류에 매우 민감한 우리 사회의 젊은 계층에게 이런 신선한 유행이 빨리 전파됐으면 싶다. 70년대 생맥주, 통기타, 청바지 등이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그 열정처럼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인텔리데이팅 문화가 대학가나 젊은층 세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대한민국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새로운 외국의 풍조가 녹아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그들을 ‘P 세대’로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P는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 Shifter) 등을 뜻한다. 살펴보면 어느 한 요소도 외국의 바람직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동인(動因)에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지난 2002년 월드컵이나 선거, 또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치된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직업의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인텔리데이팅이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유행처럼 번졌으면 공연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희망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서울과 같이 대도시 공연장의 주요 관객들을 분석해 보면 P세대에 들어가는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신흥 산업도시나 고용 창출 기반을 배후로 두고 있는 도시에 위치한 공연장들을 보면 관객시장이 비교적 잘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불황을 모르며 지속 성장해 주민들의 평균소득이 이미 3만불 시대를 구가하고 있어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거제와 같은 도시의 공연장은 클래식 공연과 같은 순수예술이 오히려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것은 지역에 소재한 조선소 2곳이 주민들의 소득을 받쳐주며 문화예술과 교육의 욕구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많은 아트센터들이 건립되고 있다. 특히, 단일 생활권에 들어있는 수도권 도시들에 규모를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젊은층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환경에서 활력 넘치는 문화 활동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인텔리데이팅이 유행을 탄다면 공연장의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각 지역들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사회문화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의식과 열정을 문화예술에 접목시킨다면 그 지역의 문화 민도(民度)는 크게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지식이 기반이 되는 문화의 시대에 사랑과 문화가 결합된 지적 활동이란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경쟁적으로 나서는 공연장 건립 붐 속에 미국에서 부는 인텔리데이팅 바람이 한국에도 봄바람처럼 불어온다면 정말 좋겠다. 공연장의 주요 관객 구성이 기성세대와 함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는 젊은 세대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텔리데이팅이 새삼 남다른 느낌을 준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