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으로 다시 등극한 월마트가 최근 심각한 중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월마트는 1962년 샘 월튼이 창업한 할인점 체인으로 불과 40여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는 물론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월마트는 지금까지 항시 저가격(everyday low price)이라는 가격제도를 통해 독특한 할인점 컨셉을 펼치고, 쓸데없는 비용을 철저히 절감하기로 유명한 회사이다. 이러한 강력한 가격경쟁력과 신속한 출점 전략으로 단기간에 미국 소매업체의 최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주변 환경이 변화되면서 매출 성장률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한 때 황제주로 여겨지던 월마트 주식의 가격이 2002년을 고비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월마트의 실적 악화는 몇 가지 외부 환경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초창기 성장단계를 거쳐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중년병이 더 큰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월마트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로는 첫째, 무노조 경영에 따른 여론악화 및 중소유통업체와의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홍보 및 인력관리 부서 등을 확대하다보니 관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거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이제는 일반관리비의 비율이 매출액의 18.6%를 넘는 비효율적인 기업으로 변하게 되었다.
둘째, 할인점 시장이 포화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신규점 확대 위주의 성장 정책 때문에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기존점포의 업적 부진 문제가 표면에 부상되고 있다.
셋째, 주력 고객층이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으며, 보다 구매력이 큰 중산층에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 중산층들은 월마트에서 생활필수품의 일부만을 구입하고 의류와 같은 고마진 상품의 구매는 꺼리고 있다. 다시 말해 월마트가 보다 구매력이 큰 중산층에 어필하지 못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업태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월마트와 경쟁하는 업체가 다수 생기고 있다. 특히 크로거(Kroger)와 같은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와 유사한 할인점 업체인 타깃(Target), 전문 할인점인 베스트바이(Best Buy)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크로거는 일련의 인수합병을 통해 경영규모를 키워왔고,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비용 절감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월마트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경쟁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아울러 드럭스토어와 합병을 한 편의점 업체들도 월마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월마트의 어려움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노동, 환경, 영세 자영업자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사회적 이슈를 무시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될 수 있지만 이들 문제가 불거지면 언젠가 대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영역과 핵심역량을 한 부분에만 한정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월마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나치게 한정된 고객층을 상대로 하는 것은 경제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월마트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기업도 영원히 승승장구할 수는 없고 다양한 위기를 겪게 된다. 앞으로 월마트가 이러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지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어느 기업이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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