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연다/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

오늘도 순마<순찰차를 이르는 경찰 용어> 타고 달리는 ‘고속도로 수호자들’

“고속도로 안전운행은 고속도로순찰대가 책임지겠습니다.”

땅거미가 내려 앉은 지난 27일 오후 6시30분께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인근에 위치한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날 야간 순찰을 맡은 을부(2팀) 25명의 대원들이 ‘오늘도 무사히 안전한 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황일철 부대장(경위)이 주관하는 기본 교양을 숙지한 뒤 경부선, 영동선, 외곽선, 중부선, 서해대교 등 각자 배정된 순찰장소를 확인하며 근무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7시 서로의 안전 운행을 빌며 경기청 고순대 1지구대 대원들은 2인 1조로, 11대의 순마(순찰차)에 몸을 실은 채 ‘비장한 각오’로 각자의 근무지로 향했다.

종합상황실에는 이날 상황근무를 맡은 박병서 경사가 정면에 설치된 24개의 CCTV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행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박 경사는 “혼자 상황근무를 서다보면 너무 바빠 전화를 제대로 받기조차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도 “시민들의 안전한 운행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웃음지었다.

경기청 고순대는 사실상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교통경찰의 핵심부서다.

중요 부서인 만큼 이들이 맡고 있는 관할지역도 동쪽으로는 호법분기점까지, 북쪽으로는 의정부와 조남분기점, 남쪽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까지 경기지역을 통과하는 고속도로 가운데 260km의 광범위한 지역을 10개 구간으로 나눠 순찰차 11대가 쉴새없이 이동, 시민들의 안전한 고속도로 운행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후 7시30분 한종수 경사와 그의 ‘애마’인 순31호 토로스 차량에 함께 올라 야간 순찰을 시작했다.

차량에 앉자, 제일 먼저 눈에 띄인 것은 바로 계기판 위에 26만5천km라고 찍힌 주행 km수. 토로스가 고순대에 보급된 지 2년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교해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경사는 “하루평균 우리가 순찰하는 실거리수는 평균 450km가량 된다”며 “평균 300km 뛰는 택시보다도 150km는 더 뛰는 셈”이라고 미소지었다.

첫번째로 순찰에 나선 구간은 서울 진입의 마지막 구간, 수도권에서 가장 밀리는 곳으로 악명이 높은 신갈JC~양재간 고속도로. 하지만 이날은 걱정과는 달리 고속도로는 ‘매상’(소통이 원활하다는 뜻)이었다.

한 경사는 “고순대 근무 7개월이 경찰에 몸을 담은 16년 중 가장 힘들다”며 “무엇보다도 고속도로를 매일 타야 하고 특히 야간순찰의 경우 졸음운전 차량 등에 대한 위험부담때문에 근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한달전 동료 한명이 경부선에서 교통사고 처리도중 졸음운전을 하던 운전자의 트럭에 치여 다리뼈가 완전히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고, 또 다른 동료의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따뜻한 물한잔을 정성껏 떠주며 “오늘이 마지막일지 도 모른다”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는 얘기는 더욱 더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근무하고 있는 지를 너무나도 잘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

오후 8시13분 갑자기 고순대 무전망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판교IC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한 경사는 급히 순마를 돌려 판교IC로 달리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사고지점에 도착해보니 경기러 10XX호 소나타 차량과 92러 14XX호 액티언 차량이 IC 진입도중 접촉사고를 일으켰고, 이 사고로 소나타 차량 앞범퍼가 심하게 부서졌지만 미리 도착한 고순대 대원들과 한 경사의 능숙한 사고처리로 이내 교통소통이 원활해졌다.

한 경사는 “경기청에서 고순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매달 받는 위험수당 3만원으로 운전자 보험을 하나 더 들었다”며 “고순대 대원들에게는 순찰차가 무기이자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장비인 만큼 관용차 사용년수를 떠나 차량 교체에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밤 10시20분 서울톨게이트 옆 갓길. 승합차와 승용차, 화물트럭들이 피곤함과 차량고장 등 개인적인 이유를 들며 무단으로 갓길 정차를 하고 있었다.

한 경사는 “시민들은 흔히 졸음운전보다는 갓길에 차량을 세운 뒤 단잠을 청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갓길 정차는 졸음운전과 맞먹을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한 뒤 곧바로 정차된 차량을 능숙한 ‘말솜씨’로 이동시켰다.

평택~음성간, 신갈JC~안산간 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순찰하고 다시 고순대 제1지구대로 돌아온 시간은 28일 0시30분께.

한 경사는 “고속도로에서는 절대 운전솜씨를 뽐내지도 말고 최대한 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남을 배려하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 “고속도로에서 단 한번의 방심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황일철 부대장은 “서울외곽순환도로 확장 등으로 순찰구간은 넓어지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민들의 안전운행을 책임진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제1의 고순대’라는 자부심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벽 1시 고순대를 떠나면서 대원들의 안전한 순찰을 빌며 마음속으로 힘찬 ‘화이팅’을 외쳐본다.

/김규태기자 kkt@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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