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술이 음악을 바꿨다

지휘자 첼리비다케(1912-1996)는 녹음된 음악을 혐오했다. 심지어 음반에 담긴 음악을 '통조림 음악'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첼리비다케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녹음기술은 LP시대를 거쳐 카세트로, CD에서 다시 MP3로 숨가쁘게 진화해왔다.

마크 카츠 미국 피바디음대 음악학과 학과장이 지은 '소리를 잡아라'(허진 옮김ㆍ마티 펴냄)는 녹음기술이 음악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밝히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녹음기술의 목적이 음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상식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펼쳐놓은 풍성한 예시의 식탁을 바라다보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트라빈스키가 1925년 4악장 짜리 피아노를 위한 세레나데를 작곡할 때 각 악장을 10인치 짜리 78회전 레코드 한 면 길이인 3분에 대충 맞도록 만들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자서전에서 "미국의 한 축음기 회사에서 레코드 몇 장을 내기로 했는데, 나는 레코드 용량에 음악 길이를 맞춰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78년 이전 LP가 음반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인도에서는 한 음반 회사의 독점이 음악가와 음악 스타일의 극단적인 편중 현상을 불러왔다. 몇 명 안되는 장수(長壽) 가수가 수만 곡에 달하는 노래를 거의 다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정부가 카세트 수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 소규모 레이블들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새로운 스타와 음악장르가 등장했다. 반면 자바 섬은 카세트의 등장으로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저자는 나아가 MP3와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의 음악생활을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38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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